“아픈 만큼 성숙하게 됐다. 지역사회에서의 책임감에 대한 심각한 인식과 함께 의료기관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사진]은 “이곳 병원이 선두에 서서 울산과 인근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그렇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제3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실패, 종합병원으로 격하됐다. 교육기능과 의사인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외래는 늘었지만 입원환자는 다소 줄어드는 등 상급종합병원 탈락은 결과적으로 지정 당시 나타난 긍정 효과들이 모두 사라지게 했다.
이는 곧 경증 환자를 두고 지역 병의원들과 경쟁하게 됐으며, 중증환자의 타 지역 유출을 의미한다. 실제 중증 환자 비율은 5% 가까이 감소했다.
정융기 병원장은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깨지게 되면서 지역 의료전달체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면서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까지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제 울산대병원은 내년 말 발표되는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2021~2023년)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가 됐던 부분을 보완해 온 덕분에 자신감도 크다.
올해 시작된 ‘신포괄수가제 사업’ 수행은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질병 코딩에 있어 편법(?)이 어려워지면서 일부에선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그동안 적정진료와 정확한 표기를 해온 이곳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표준화된 적정 진료를 제공해 과잉 진료를 예방하고, 환자의 입원진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정 원장은 “지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서비스의 정도를 걸어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공공병원이 아닌 이곳에서도 표준 진료의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개소 등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지역 병의원 경쟁구도 우려되고 균형발전 정책 아쉬워"
울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권역별 호스피스센터에 선정되는 등 최근 정부 사업수행에 있어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 모습이다.
이번 선정으로 호스피스전문기관의 진료, 연구, 홍보, 교육 등 의료지원체계 구축과 행정지원 등 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울산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개소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루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구축하는 센터에는 이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심뇌재활센터, 예방관리센터 등 4개 전문센터가 들어선다.
이곳 병원의 조혈세포이식센터는 2017년 한 해 총 71건의 조혈세포이식(골수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이는 부산-경남지역 최다, 전국에서는 9번째로 많은 건수다.
지난해 9월에는 이식 500례를 돌파해 지방 소재 병원으로는 최다 이식 건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식성공률 역시 세계적인 센터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위해 전 의료진과 교직원이 다시 뛰고 있지만 정책적 아쉬움은 여전하다.
울산대병원이 속한 경남권역의 경우 진주에서 울산까지 이동하는데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상황에서 같은 의료소비 권역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부울경’으로 불리는 이곳은 실제 경상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삼성창원병원, 양산부산대병원, 해운대백병원 등이 경쟁을 벌이면서 어느 곳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정 병원장은 “의료기관 종별 구분이 의료전달체계의 기본이라는 의미에서 특정 지역의 과당경쟁으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뼈대가 짜임새가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국토 균형발전의 기본 개념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해 수십만명이 발생하는 중증환자에 대해선 촘촘히, 흔치 질환은 주요 거점에 배치하는 대신 이송을 효율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