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보건복지부의 줄기찬 압박에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과 의정협의 사항 이행 카드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렸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의협은 21일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에 대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회원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그러한 회원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 설명회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특히 긴급회의에 의료계 대표자 상당 수가 불참하겠다고 했다”며 “여기에 진의와는 무관하게 집행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고의적인 정치적 공작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됐다”고 성토했다.
추 회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원격의료 입법은 반대하며 회원들의 뜻과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번 원격모니터링 설명회 취소와 관련, 복지부는 유감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 24일 이후에는 의협과는 일체의 협의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부 원격의료 담당 관계자는 “의협에서 먼저 요청해 원격의료 모니터링 관련 설명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아쉽다”고 말했다.
설명회를 통해 의료계에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하고자 했지만 불발로 돌아가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뚜렷하게 얻은 것도 없이 의료계 내부 혼란만 가중됐고 의정 간 신뢰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더욱이 의료계가 투쟁모드에 돌입한다고 해도 현재의 투쟁체로는 어떠한 파급력을 발휘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는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의정합의 파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 이후 어떠한 대책을 수립하기에는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복수의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복지부 설명회 개최는 추무진 회장이 직접 결정해 복지부에 요청했으나 막판까지도 강행에 무게가 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비난 여론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추 회장이 대회원 서신문까지 발송하며 참석 여부를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잇따른 불참 통보는 취소 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만약 의정합의가 더 이상의 진전도 없이 이 상태에서 종료되고 총력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투쟁을 이끌 주도 세력도, 전략도 부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설명회 및 긴급회의에 각 직역 대표자들 90여명 중 집행부를 제외하고 15명 정도만 참석 의사를 밝혔으며 상임이사진 18명도 회의 취소에 의견이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또 다른 인사는 “비난 여론을 최소화하겠다는 추 회장 뜻은 알겠으나 임기 내내 이리저리 눈치 보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다시 한 번 큰 역풍에 휘말릴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