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우려도 기대도 필요없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 일본 현지답사 소회 피력
2016.05.26 06:52 댓글쓰기

담담했다. 우려나 기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반감도, 불필요한 의미 부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단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에 불과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원격의료는 이처럼 무덤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첨예한 대립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외의 모습에 다소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그는 25일 세종청사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통해 일본 원격의료 현장답사에 대한 소회와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복지부의 일본 답사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일본출장 성과는
한 마디로 “지나친 우려도, 엄청난 기대도 필요 없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사전 시범사업은 진행하지 않았다. 법적으로 얼마든지 원격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일본 의정국장과 한국의사들의 원격의료 반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파업까지 했다는 말에 웃음을 보였다. 의사들 스스로 판단할 일인데 왜 파업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의사들이 싫으면 안하면 되는 일이다. 일본 의사협회 부회장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원격의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이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사가 하고 싶고, 환자가 원한다면 시행하면 된다.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가 시행된지 오래지만 활성화 되진 않았다. 판독, 영상, 임상병리 등의 원격협진 비중이 높았다. 재택환자들도 일부 시행 중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인구구조가 10~15년 앞서 있다. 방문간호 통해 의사에게 태블릿 PC로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심각한 질환은 원격의료가 불가능하다. 정부 생각도 마찬가지다.


일본 원격의료 운영 방식은
일본은 지난해 8월 원격의료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었다. 이전에는 격오지, 도서벽지 중심이었지만 고시를 통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그렇다고 활성화를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굳이 제한을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두 회사가 합작으로 원격의료를 지원한다. 하나는 의료인을 소개하는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료정보를 담당하는 회사다. 역할이 분담돼 있다. 현재 의료 공급자의 1% 정도가 가입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실제 가입률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보다 구체적인 운영 모델을 소개한다면
일본이 추구하는 원격의료 모델은 크게 3개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재진환자가 앱을 통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단 초진은 제외한다. 소아과에서 가장 활성화 되고 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편리하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에서 대면진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재진료를 인정해 준다. 초진료는 일본이 2만8000~2만9000원 정도로 우리나라 보다 비싸다. 하지만 재진료는 일본이 낮다. 일본은 전화, 화상을 통한 상담도 재진료로 인정된다. 별도 왕진 수가도 있다. 우리도 왕진이 가능하지만 별도 수가는 없다. 두 번째 모델은 예약을 하면 전문의와 상담(초‧재진 모두 가능)하는 형식이다. 대신 100% 비급여다. 택시의 미터기와 같이 시간 당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응급상담이다. 회원제 형식으로 미리 돈을 지불하고 횟수는 제한한다. 월 몇회 이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두, 세 번째 모델의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와 의료계 관계 형성
일본은 의약분업을 하지 않았다. 선택분업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반목이 없다. 때문에 원격의료 시행, 확대 등을 두고 갈등도 없었다. 정부는 의사들의 자율 참여를 전제로 제도를 도입했고, 의사들 역시 큰 반감은 없었다. 본인 의사나 필요에 의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의사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그렇지 않아도 가장 궁금한 부분이라 질문했다. 답변은 “설득은 없었다”였다. 허탈했다. 반대도, 찬성도 없었다. 대체적으로 원격의료에 대해 일본 의사들은 관심이 적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대적 흐름이고,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대형병원 환자쏠림‧원격의료 전담병원 등 우려
일본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주장에 불과했다. 원격의료학회, 일본의사회, 후생성 등을 방문했다. 다만 원격의료 현장은 가보지 못했다. 지나친 우려는 필요없다. 의료의 판이 바뀌는 것처럼 받아들일 필요없다. 대면진료가 의료의 원칙임은 불변의 진리다. 보완적 수단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진도에서 1시간 배타고 들어가야 하는 어느 섬에는 23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청년회장이 53세다. 60대 이상이 80%다. 진료를 위해 배를 타고 나갔다 오면 하루 꼬박 걸린다. 심지어 1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도의 보건소에서 원격의료를 통해 건강관리를 해 주고 있다. 물론 최소한 3달에 한 번 대면진료를 실시한다. 보건진료소 간호사가 마을회관에 원격의료 장비 설치하고 의료진과 환자 간 원격진료를 실시한다. 음질과 화질도 좋다. 주민들은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원격의료를 받고 있다. 당연히 만족도가 높다. 관리가 훨씬 잘 되고 있다. 배나 헬기 운항이 여의치 않을 때 절박한 상황에서 연결고리 하나를 갖고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격오지 문제는 꼭 풀었으면 좋겠다.


GDP 대비 보험료율
우리나라는 5% 수준이다. 일본은 9%로 우리보다 높지만 OECD 평균 이하다. 보건의료체계 효율성으로 보면 좋은 나라다....미국은 15%가 넘지만 건강수준은 OECD 평균도 안된다. 비효율의 전형이다.


인공지능 시대, 의사들 역할 축소 우려
컴퓨터 의사 ‘왓슨’ 오진율이 의사들 보다 적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본에서는 그런 부분까지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 많이 앞서 있지는 않다. 우리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왔다. 규제를 모두 풀었지만 우려하는 현상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국내에서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의사가 위중한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겠나? 환자나 의사 모두 비현실적이다. 현재 보급돼 있는 기술, 장비 활용만으로 충분하다. 누군가의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다. 대학병원 쏠림현상은 기우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원양어선, 군부대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1차 의료에 대한 정책 방향
의료정책에 단순한 해법은 없다. 복잡한 퍼즐일 수 밖에 없다. 원격의료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보다 밀착해서 촘촘하게 관리해 주기 위한 수단이다. 크게 두 가지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의료 접근성을 제한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동네의원들의 역할론이다.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한 밀착관리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22만명이 당뇨만으로 3차 병원에 다닌다. 이것은 잘못된 현상이다. 굳이 원격의료가 아니라 하더라도 ICT를 활용한 건강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수반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당뇨 합병증 발생률은 OECD 대비 1.5배 높다. 동네의원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한 정부 책임 크다. 동네의원들이 수시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동네의원 간다. 강제적으로 가라고 해서 가지 않는다. 합병증 감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효과는 어마어마하다. 20%만 줄여 그 금액을 개원가에 풀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담수가 신설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암환자 상담수가만 인정하고 있다. 프레임을 만들어 줘야 할 시점이다.


개원가에 기대하는 역할
엄격히 따지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건강상담도 원격의료 아닌가? 원격의료 아닌 비대면진료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겠다. 무엇이 현명한 판단이고 필요한 부분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비대면진료 수단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전화상담 원격상담 등은 허용해야한다. 도시지역 초진은 물론 제한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리를 요하는 만성질환자 위주로 대상을 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만성질환관리는 OECD 수준 이하로 평가된다. 이 부분이 향상되면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동네의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동네의원-대학병원 상생 정책
진료‧회송수가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단순한 환자 의뢰에 그치지 않고 대학병원들이 협력 병의원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 주길 기대한다. 심각한 환자 발생시 보다 상세한 진료의뢰가 필요하다. ‘고진 선처 바랍니다’라는 식의 무성의한 진료의뢰서는 지양해야 한다. 검사결과도 최대한 활용하고, 체계적 관리를 통해 치료 후에는 다시 의원으로 돌려 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상생을 위해서는 대학병원들의 역할이 크다. 지역 네트워크 중심인 거점병원 역할과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대한 교육 등 책임을 이행하라고 종별가산율을 지급하는 것이다.


원격의료 입법예고 후 의협 집행부 곤란한 상황이다.
여느 국회나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필요한 법안의 수명연장 차원이다. 이미 입법예고를 진행한 법안인 만큼 협의는 필요없다. 입법예고 기간도 그래서 짧게 잡은 것이다. 물론 건설적인 의견이 들어오면 반영할 의지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필요에 따라 법안 내용을 조정할 의지는 얼마든지 있다. 열린 마음과 합리적인 방향으로 응하겠다.


일본 원격의료, 국내 접목 가능성
큰 틀에서는 지향점이 같다. 격오지 등은 우리보다 시스템이 좋지는 않았다. 대단한 장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교도소 및 군부대 원격의료는 그 효율성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 ‘의료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의료의 보완적 수단’이다. 나머지는 원격의료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재정이다. 재정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정책은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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