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적분 풀고 구구단은 못 푼 한국의료”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당위성 피력
2016.07.20 06:03 댓글쓰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의 보건의료 성적표를 보면 한국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암()이나 심장, 장기이식 등 중증질환 영역에서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그 만큼 국민들이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하지만 당뇨와 고혈압 등 경증질환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하위권에 머무르며 의료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고도의 술기가 필요한 중증질환은 섭렵한 나라가 정작 경증질환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얘기다. 19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이 같은 상황을 미분적분은 풀고 구구단은 못 푸는 형국이라고 은유했다.

 

전문가 잔소리 필요성 절실

 

정부가 추진 중인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은 바로 이 같은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환자 상태를 잘 아는 동네의원 의사가 대면과 비대면을 통합한 관리체계로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만성질환의 효율적 관리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과 함께 동네의원 역할 강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은 입원률 감축이다. 입원은 곧 악화를 의미한다그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과 의료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짚었다.

 

이어 전문가인 의사의 잔소리를 통해 혈당과 혈압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다면 입원률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수가가 지급되지만 입원률 감소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감안하면 훨씬 효율적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1년 간 진행될 시범사업에는 총 74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수가는 환자 당 월평균 27000원으로, 이를 받기 위해서는 대면진료, 전화상담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김강립 정책관은 만성질환 관리 수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하더라도 유도기전이 없으면 무의미 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무상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대가가 따라야 한다. 동네의원에 효율적 만성질환 관리를 주문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불신의 벽, 허물어야

 

하지만 일부 의료계에서는 시범사업 후 제도화 되면 수가를 줄이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에 대한 불신의 발로다.

 

지난 7개월 동안 전국을 누비며 지역 의료계와 소통 행보를 이어온 김강립 정책관도 만연해 있는 뿌리 깊은 불신을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바로 불신이었다의약분업 이후 의료계는 정부 정책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함몰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정부가 그 빌미를 제공했음은 부인하지 않지만 불신의 고리를 지속시키는 것은 정부나 의료계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금부터라도 상호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하고, 이번 시범사업 역시 그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정책관은 의사들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며 거짓없이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사들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불신의 문제는 비단 정부와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와 환자 간 무너진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 역시 의료계의 역발상을 당부했다. 의사들이 만성질환 관리의 효율성을 제대로 입증해 낸다면 오히려 자신있게 수가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도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할 의사는 얼마든지 있다그것은 의사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해 동네의원 역할론을 입증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현재 만성질환 관리 수가 시범사업에 필요한 여러 제반사항을 준비 중이다. 8월 중으로 참여기관 모집을 시작하고, 늦어도 9월부터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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