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뜻을 밝힌 자리에 대표 계열사인 삼상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불참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현장소통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혁신성장을 위한 일선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김동연 부총리는 간담회 후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바이오 산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영업상 비밀이어서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측면에서 몇 가지 규제에 대해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한 정부와 기업 간에 다양한 제안이 오고 가는 자리에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대표이사가 불참했다.
대신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유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노희찬·진교영 삼성전자 사장 등과 함께 자리를 했다.
정부 측에선 김동연 부총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였다가 지금은 관계사로 전환됐다. 그러나 매출이나 규모 면에서 보면 여전히 형님 격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아우가 등장,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공시 누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해 부담을 느낀 삼성그룹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발한 사건을 특수 2부에 배당, 수사키로 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7월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 담당 임원 해임권고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임의 변경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감독원 지적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새로운 감리를 요청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아닌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초대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삼성 바이오 계열사들은 말을 아꼈다. 정부 관계자도 실무자 외에 관련 내용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그룹에서 어떤 방식으로 간담회 참석자를 선정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아무래도 우리 회사의 경우 공시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게 돼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불참하는 것도 알지 못했다"며 "그룹 차원에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장간담회 참석에 삼성 측이 어떤 기준으로 참석자를 결정한지에 대해 우리도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