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데일리메디 10대 뉴스 上
2018.12.24 05:00 댓글쓰기

2018년 보건의약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부에서는 어김없이 영역 간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다 보니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수장에 투쟁가 이미지가 짙은 최대집 회장 당선으로 이어졌다. 밖으로는 ‘병원 내 폭력과의 전쟁’으로 수 많은 국민들이 망연자실했고, 대리수술로 전국의 병원 종사자들은 시름했다. 여기에 2018년의 끝자락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이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이중고를 겪어 온 보건의약계에 그나마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미약품에 이어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 기술 수출을 이뤄내면서 글로벌을 향한 R&D 희망을 엿보게 했다.


국내 1호 영리병원, 뜨거운 감자 급부상 녹지국제병원
2018년의 끝자락, 국내 1호 영리병원 설립 소식에 전국이 들썩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서귀포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북아 의료중심’ 구상에 따라 2002년 영리병원 허용을 포함한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된 지 16년 만이다.

외국인 환자만 받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4개 뿐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각계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반쪽짜리 병원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건강보험 체계가 위협받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근혜 퇴진 집회 이후 3년 만에 제주시청 앞에 촛불이 등장 하고 제주도청 앞에서는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 돼 있다. 4년 만에 전국단위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재구성 될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영리병원 철회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했으며 제주도의 국내 1호 영리병원 도입을 규탄하고 원희룡 지사의 퇴진 등 반대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결의했다. 지난 12월 15일에는 광화문에서 ‘제주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제주에서는 2016년 말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가 장장 133일에 걸쳐 열린데 이어 이번에도 정기적인 촛불 집회가 예정돼 있다. 국회에서도 영리병원 허가는 과잉의료, 의료비 폭등, 의료 양극화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촉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들썩이게 한 대리수술, 공공의료기관까지  파문
“의사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저버려 의료계 신뢰를 추락 시켰다.”

지난 5월10일 부산 영도구 소재 한 정형외과 의원에서 의사 A씨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인 B씨에게 어깨수술을 대신하게 하는 등 수 차례 대리수술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대리수술 관련 내부고발이 터져 나오면서 전국이 충격에 빠졌다. 의원급은 물론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 들어가 대리수술을 해온 관행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환자들은 의사가 아닌 영업사원이 수술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수술 참여까지 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내저었다.

더욱이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해 했다. 보이지 않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환자는 대리수술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는 대리수술 의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총체적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간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대리수술로 관련 단체는 물론, 복지부, 국회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그 가운데 검찰은 최근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결국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형외과 의사에게 징역 5년, 영업사원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빅5 병원 교수들 검찰 고발 초유사태 ‘PA’
대한병원의사협회의 불법 진료보조인력(PA) 의료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 파문은 마치 꽁꽁 숨겨왔던 의료계의 민낯을 들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상급종합병원, 그것도 국내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빅5 중 2개 병원의 특정 분과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이번 고발과 관련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불법의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했던 의료계 병폐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 내에서는 “PA의 수술 보조는 불법의료 행위이자 대형병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불법의료행위 근절이 먼저라는 입장과 PA를 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상급종합병원 간 미묘한 입장차가 존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PA의 진료행위가 불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학병원에서 PA 인력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진료와 관련해 이들 역할에 대해 이제는 수면 위로 올려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번 국정감사에서 PA 실태에 대한 국회 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업무직역 협의체를 구성해 PA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초 9월 구성이 될 것으로 예정됐던 협의체 구성은 현재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혈압약 발암물질 사태···제네릭 고강도 규제
지난 7월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 가능 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되자 제약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발사르탄 원료로 만든 제네릭 고혈압약은 국내에 50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급속도로 혼란이 일었다. 자연스럽게 제네릭 난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식약처는 NDMA 검출 시험법 등을 확정하고 유럽 EMA와 미국 FDA 등이 적용 중인 NDMA 검출량 0.3ppm을 관리 기준으로 설정한 후 이 기준을 초과한 발사르탄 원료약 14품목과 고혈압 완제품 175품목이 판매중지·회수 조치를 내렸다.

발사르탄 사태는 이내 제네릭 규제의 ‘도화선’이 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제약사들은 시중에 유통된 완제 175개 중 147개 (84%)를 자체 회수했으며, 나머지 28개에 대한 회수가 완료될 예정이다. 문제는 후속 관리 방안이다. 공동생동(위탁) 제도를 활용해 무분별한 제네릭 허가가 이뤄졌으며, 이는 발사르탄 사태를 더욱 확대시켰다는 지적이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동일하게 발사르탄 사태를 겪은 해외와 달리 국내는 100개 이상의 품목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36만명 이상 환자가 불안감을 안고 고혈압약 재처방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식약처는 제도의 일부분만 고치는 게 아닌 큰 틀에서 제도 자체를 손볼 것이라 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공동생동(위탁)과 약가를 함께 규제하는 고강도 제네릭 규제안 마련을 위해 식약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7월 제네릭의약품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내년 9월부터 원료약과 완제약 품목 허가와 신고, 심사 간 유전독성이나 발암성 유연물질 위해성 등 안전성 입증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강화하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투쟁’ 아이콘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등극’
불합리한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감은 강성 회장 선출로 표출됐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 출신인 최대집 회장은 분개한 의사들의 민심을 업고 당선됐다.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취임 일성대로 최대집 회장은 회무 돌입과 함께 정부와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실제 취임 직후 시작된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불합리한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최고 수위의 항거였다.

또 지난 5월 20일에는 광화문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와 중환자 생명권 보호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전국에서 5만명의 의사가 참석했다. 의료인 법정구속 사태와 관련해서는 강행군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먼저 판결 직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항의 시위와 삭발을 단행했다. 이어 대법원과 수원구치소 정문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고, 청와대, 국회 앞 1인 시위에 구(舊) 의협회관 옥상에서 고공 시위를 진행했다.

의협회장의 강행군 시위에 힘입어 지난 11월 11일 열린 전국 의사총궐기대회에는 수 만 명의 의사가 운집했다. 최대집 회장 취임 후 두 번째 궐기대회였다. 최대집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도의사회장들로부터 총파업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으면서 또 다시 투쟁의 불씨를 피우기 시작했다. 최근 준법진료를 선언한 데 이어 자신의 SNS계정에 ‘24시간 집단휴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조만간 의료계 집단행동 즉,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후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은 상황으로 최대집 회장의 투쟁 행보는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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