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응급실 폭력에 국민들 ‘공분’
올 들어 유난히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응급실 폭력은 수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국적으로 연이어 발생한 응급실 폭력은 의료계 뿐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 마저 증폭시켰다.
더욱이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응급의료종사자의 직종을 가리지 않고 폭언, 협박, 위력뿐 아니라 폭행, 그리고 신체적 상해까지 다양한 행태로 발생해 국가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실제 지난 7월 전북 익산 소재 한 병원에서 벌어진 구타 동영상이 삽시간에 번지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당시 CCTV를 보면 만취한 환자가 “날 비웃는 거냐”면서 의사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쓰러진 의사에게 재차 발길질도 가했다. 피의자는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도 “죽여 버리겠다”며 주먹을 거두지 않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한응급 구조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의사협회는 “현행 법은 의료인을 폭행하면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실제 처벌은 경미하다”며 “야만적인 폭행에 대한 정부기관의 방관자적 태도에 분개한다”는 성명을 냈다. 다행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응급실 폭행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논의된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응급의료 방해행위를 징역형 만으로 처벌(벌금형 삭제) ▲응급의료 방해행위 처벌시 주취감경 적용 배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가중 처벌 ▲응급의료기관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 및 비용 국고지원 ▲주취상태에서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시 가중처벌 등이다. 당시 합의된 내용에 따라 법안심사소위가 마련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으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경우 각각 3년 이상·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관장실습에 태움까지 간호계 병폐 ‘적신호’
제비뽑기로 뽑힌 학생이 여러 동급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관장을 당해야 한다는 한 대학 간호학과 이야기가 폭로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간호대 학생 A씨가 한 커뮤니티에 “어느 대학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관장 실습을 실시한다”고 작성한 글이 간호대생들의 폭로에 불을 지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제비뽑기를 통해 한 명을 뽑아 관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의 항문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작성한 글에는 A씨처럼 실제 관장실습을 경험했다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폭로가 줄을 이었다. 간호대학의 병폐는 곧 간호계로 이어진다. 설 연휴, 서울 유명 종합병원의 한 신입 간호사가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둘러싸고, 이른 바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사실 간호사들의 자살이나 임신순번제 같은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고질적 병폐인 ‘태움’ 문화가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2년 전 대한간호협회 등과 함께 ‘괴롭힘 문화 금지’를 실천과제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다.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도 40.9%가 지난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조건 위반 등의 인권침해를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70% 가까이 나타났다. 한 번의 실수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병원이란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간호사들의 교육과 훈련이 엄격해야 함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의 증언을 보면 이는 교육을 빙자한 가혹행위라 볼 수밖에 없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의료계 vs 한의계 갈등
십 수 년 전부터 견고했던 보건의료계 고유 영역이 무너지면서 의사와 한의사의 ‘뺏고 빼앗기기’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졌다.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지난한 싸움을 벌여 왔던 의료계와 한의계에 또 다시 칼바람이 불어 왔는데 이번에는 추나 요법이다. 보건복지부는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 위원회에서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을 통과시켰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를 사용해 잘못된 자세나 사고로 어긋나거나 비틀린 척추·관절·근육·인대 등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 한방 수기요법이다. 내년 3월부터 한방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1~3만원만 부담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권과 향후 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채 추나요법 건강보험 급여화가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즉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의료계와의 주요 갈등 현안을 편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개연성이 크다”며 “근거 중심을 이유로 현대의료기기 불법 사용을 조장한데 이어 의료영역의 침범을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 큰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의계는 일방적인 의사들의 악의적인 폄훼라며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이어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추나요법은 ‘한방의료이용실태조사’에서 건강보험급여 확대 시 우선적용이 필요한 3대 한의치료법에 포함될 정도로 국민의 요구가 높다”며 “추나요법 급여화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이고 나아가 한방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학술논문과 임상연구 결과 등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미 이어 유한양행, 조단위 기술수출 새 지평
한미약품에 이어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 기술 수출을 이뤄낸 한 해였다. 대규모 기술 수출 성공으로 단숨에 신약 개발 강자로 떠올랐다.
유한양행은 지난 11월 얀센 바이오텍과 비소세포폐암 신약인 ‘레이저티닙’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계약금 5000만달러(약 561억원)를 포함해 레이저티닙의 임상시험, 허가 등 절차에 따른 기술료까지 총 12억55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와 체결한 39억유로(약 4조9800억원) 규모의 퀀텀프로젝트(당뇨신약 3개) 계약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규모다. 단일 규모로 따지면 유한양행이 최대 규모로 제약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유한양행의 성과는 최근 들어 전략적으로 진행 중인 오픈이노 베이션의 성공 사례로도 주목된다.
이정희 사장 취임 후인 2015년부터 바이오벤처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3년간 외부 투자만 2000억원대에 육박한다. 이를 통해 2015년 9개였던 파이프라인은 24개까지 늘어났다. 회사에 따르면 2015년 7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 스코로부터 개발 초기 단계에 있던 레이저티닙을 약 10억원에 들여왔고 이후 오스코텍과 함께 임상 2상까지 진행하면서 3년 만에 1400배가 넘는 가치로 키워냈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개발 단계에 있는 혁신 신약 개수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남의대 결국 폐교···공공의대 설립 돌파구 될까
‘부실 교육의 온상’. 설립자 비리 등으로 부실해진 전북 남원의 서남대학교가 결국 폐교했다. 사학비리 척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번째 퇴출대학의 주인공이 됐다.
교육부 감사와 특별조사에서 설립자 이홍하 전(前) 이사장이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사실 등이 적발되면서 교육부는 대학 폐쇄 명령을 내렸다. 당시 의학교육협의회는 “서남의대가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라며 “올바른 교육환경과 시설을 갖추지 못한 기관이 인수한다면 학생들의 피해, 나아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끼치는 폐해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으로가 관건이다. 서남의대 폐교 후 정부는 국립공공보건 의료대학 설립 계획을 발표했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해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정부 계획안의 실효성을 놓고 여전히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2022년 개교를 목표로 전북 남원에 국립으로 공공의료대학 (원)을 설립, 49명 정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 등과 연계해서 교육 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는 방안이 골자다.
하지만 의료계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실효성조차 의심 받고 있는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서둘러 추진해선 안 된다”며 물러섬이 없어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민간의료 기관이 자발적으로 공공보건의료 영역 서비스 제공을 확대토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여전히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