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조무사 잘못이라도 의사에 책임 물어'
이경희 변호사 '진료보조 업무와 위임, 의료체계 한계 등 공론화 필요'
2015.03.15 20:00 댓글쓰기

지난 2007년 10월, 의사가 입원환자 진료기록지에 의약품 종류와 용량 등을 적어놓은 데로 간호조무사가 약장에서 약을 꺼내 조제했는데 대법원은 의사만을 약사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했다.

 

2011년 7월에도 대법원은 간호조무사 A가 임산부에게 임의로 무통주사와 수액, 내진 등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A를 고용한 의사 B에게는 의료법 위반행위 등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었다.

 

이 외에도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법원이 의사에게만 단독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간호사 출신인 이경희 변호사(법무법인 단천)는 지난 13일 한국의료법학회 '3월 집담회'에서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간 업무 분할과 위임 한계에 대한 법원 판결 경향에 대해 공유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은 최근 임상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자 책임을 들어 간호사 혹은 조무사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경향"이라며 "오히려 의사 지시가 있었더라도 환자 상태 등에 따라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에 의료인에게만 형사책임을 묻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환자 상태와 위임 범위를 결정하는 의사의 판단이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면서 지난해 문제된 PA간호사(진료지원인력)의 업무 영역과 간호인력에 대한 위임한계 등에 대한 의사의 인식을 강조했다.

 

"개원가는 간호인력 등 부족 간호조무사 역할 및 위임 범위 넓어지는 추세"

 

이와 관련 '의료법상 위임 입법의 한계'에 대해 발제한 조재현 교수(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도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인해 개원가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역할과 위임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구별하지 못해 넘어가는 것이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현행 의료법 상 진료보조업무에 대해 제대로 정의돼 있지 않다"면서 "법률이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업무한계 등 대략적인 윤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의 발언에 함께 자리한 의료인과 학자들 또한 의사나 간호사의 특별한 주의・감독의무, 위임관계와 범위 등 문제점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임상현장과 정부 차원에서의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구나 일부 학자들은 진료과오에 따른 문제발생시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보건당국의 행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사이자 의료법학자인 A교수는 "환자안전법의 입법 취지를 생각해봐야한다"며 "적정수가나 의료인력 배분 등 복합적인 사안이지만 개인의 책임소재와는 별개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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