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스토리온, TvN) 등 TV 성형 프로그램이 대한민국을 성형공화국으로 만들고 일부 출연 의사 역시 이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홍보 효과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성형외과 의사’로부터 나왔다.
광고를 통해 수용치 이상의 환자를 모집하고, 경우에 따라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등을 행해 결국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TV 성형 프로그램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유승희 의원이 주최한 ‘TV 성형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의사·병원 방송협찬의 문제점’[사진]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정근 공보이사는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는 개성적 외모를 존중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환자를 치료해야 돈을 벌기 때문에 과도한 수술을 조장하는 의사가 있는데, 그런 의사가 활용하는 것이 바로 TV 성형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홍 이사는 TV 성형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사에 대한 부적절한 선정 방법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방송 출연을 전제로 돈을 줬는데, 돈이 오고가면 문제가 생기니 지금은 프로그램에 대한 판권을 사는 방향으로 달라졌다고 한다”며 “해당 의사는 판권을 사는 대신 홍보 효과를 거두니 결국 광고비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성형 프로그램이 광고로 활용되며 대리·유령수술 문제가 파생되는 현상에도 우려를 표했다.
홍 이사는 “TV 성형 프로그램은 부작용이나 힘든 회복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고 의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환자가 찾아 온다”며 “다음 수순은 의료사고를 낳는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이다. 이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게 의사회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프로그램의 출연자 면면을 살펴보니 총 5명 중 3명이 의사회에서 탈퇴한 의사였다”며 “의사회에서 도덕적 책무를 강조하니 이러한 규제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꼬집으며 TV 성형 프로그램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협 협조 받아 심의기준 강화 작업 착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은 TV 성형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의 협조를 받으며 심의 기준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위탁해 수행 중인 의료광고사전심의 관련 규정 등을 TV 성형 프로그램 심의 기준에 차용하는 방식이다.
우선, 의료인 출연 시 전문과목과 경력을 명확하게 밝히도록 해 ‘명의’로 포장되는 효과를 막을 예정이다. 전문의 여부, 전문 과목 등을 분명히 하고 경력을 부풀릴 수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체험 사례 방송에 대한 규제도 고려 중이다. 수술 효과 등이 일반화돼 표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 등의 메시지를 기존 자막이 아닌 음성 등을 통해 고지 방법을 강화하는 것이다.
의료행위를 방송할 시에는 부작용을 반드시 함께 알리도록 하고, 성형수술 유인책이 될 수 있는 진료비 고지는 금지할 방침이다.
수술 전후 비교를 할 때는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추가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형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팀장은 “TV 성형 프로그램 심의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