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 단체가 진료과 기피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필수의료과에 종사하는 의료진 처우개선 및 정부의 재정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이하 대전협)는 8월 4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정부와 의사협회가 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 처우 개선을 논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들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여한솔 회장은 "필수의료체계 붕괴는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찾아온 대한민국의 거대한 재앙이 될 것으로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턱없이 부족한 국가 지원으로 필수의료체계 곳곳에 구멍이 뚫렸고 몸이 갈려가며 중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목숨을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의료진이 열악한 현장에 갈려나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필수과 담당 의료진이 국민 건강의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우와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현재 전공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필수 진료과목으로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을 꼽았다.
여한솔 회장은 “임산부가 마음 편하게 출산을 맡길 수 있는 산과 의사는 큰 도시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며 “산과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몸 마음 편한 다른 과를 찾아 나서고 있다. 산부인과 전공 지원율은 3년 연속 정원 대비 75%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역시 비슷한 처지로 다른 과처럼 비급여 항목이 많지 않고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며 3년 전까지 88% 지원율을 유지했으나 2022년 기준 23%로 추락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일자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취직 인원도 혹독한 당직 일정과 가혹한 근무 시간으로 갈려지는 외과는 3년 전 70% 지원율에서 2022년 현재 62%에 불과하다”면서 “내과 역시 전공의 수는 어떻게든 채워나가고 있으나 어려운 점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필수의료 현장 아낌없이 지원 절실"
대전협은 의료전달체계 왜곡 역시 갈수록 심화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 회장은 “국민 인식에는 ‘무조건 큰 병원, 무조건 서울’이 자리 잡았지만 대한민국 의료정책은 이런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항상 해오듯이 지난 정부 의료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면 대한민국 의료계 앞날을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풍부한 의료인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수가로 필수의료를 홀대하고 미용과 성형 등 비급여 진료가 난무하는 왜곡된 의료시장 형성에 일조했다"면서 "이를 인정하는 데서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생사(生死)를 책임질 수 있는 필수 의료현장에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 회장은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환자 생사를 다루는 이른바 '바이털과' 지원율은 지속해서 낮아질 것"이라며 "의료계가 항상 돈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만 되뇐다고 핀잔을 듣지만,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이 방법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