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의사들, 저수가에 의료분쟁 '이중고'
수술 예후 따라 법정다툼 다반사…"의료진 보호 법적장치 절실"
2022.08.11 12:14 댓글쓰기



최근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으로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가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뇌혈관 수술 관련 판결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신경외과 중에서도 고난도 수술이 많은 뇌혈관 분야는 만성적인 저수가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에 휩싸일 위험이 높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수술을 받은 환자 A씨 측이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병원과 집도의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5년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70대 여성 A씨는 2017년 6월 같은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진이 수술을 위해 삽입을 시도한 코일이 뇌동맥류 입구 밖으로 돌출됐고, 의료진은 코일 삽입을 위해 혈관에 투여했던 미세도관 제거를 시도했다.


이 과정 중 뇌경색이 발생하자 의료진은 긴급히 약물 주입을 통해 막힌 뇌동맥을 뚫어주려 했지만 막혔던 혈류가 터지면서 뇌동맥 원위부에서 출혈이 발생해 수술은 중단됐다. 


수술 후 A씨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가족들은 해당 병원과 집도의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A씨 측은 “고령인 A씨는 뇌동맥류가 작아 코일 삽입이 곤란함에도 병원이 영리 목적으로 무리한 수술을 진행했다”며 “뇌출혈 또한 무리하게 삽입한 미세도관을 빼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게 시행한 수술법은 임상의학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부합하고 뇌경색은 의료진 과오 때문이 아니라 출혈 등을 막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합병증”이라고 반론했다.


법원은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수술 당시 의료진의 판단에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고 과오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뇌혈관 수술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의사들의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밤을 세워 고난이도 수술을 하고도 환자 예후가 좋지 않을 경우 의료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지적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김용배 상임이사(세브란스병원)는 “뇌지주막하 출혈 환자 수술 후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 당시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방재승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어려운 수술 이후 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환자가 사망하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 자괴감은 형용하기 어렵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중필수의료 분야 수술 의료진을 형사소송에서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김우경 이사장은 “고난이도 수술이 많은 중중필수의료 의료진을 형사소송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특례법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역시 "고난이도 수술 후 빈번한 의료분쟁으로 의료인 신분이 불안하다"며 "필수의료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법 제정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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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08.11 20:13
    뇌혈관 수술의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 그리고, 수련의 숫자를 늘릴게 아니라 수련병원을 줄이고 수련병원당 전공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머리 여는 사람이랑 시술만 깨작깨작 거리는 사람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자. 시술만 깨작깨작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만 크던데, 머리 여는 사람 대우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