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보건당국의 깐깐해진 심사 경향에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 이후 허가 이전까지 품질관리 기준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제약사인 A사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던 당뇨병 치료 신약 임상 1상 시험계획승인신청(IND) 계획이 반려됐다.
해당 신약후보 물질은 지난해 미국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소개되며 글로벌 신약의 기대주로 떠오른데다 미국에서 전임상을 마친 터라 무난한 통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식약처가 예전과 달리 엄격한 기준을 적용, 미국서 종료된 전임상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후 재심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A제약사는 "해당 신약의 국내 임상 신청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과정상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식약처도 "개별 신청 건에 대한 허가 과정 및 심사 상황에 대해선 확인해 줄수 없다"다고 전했다.
비슷한 사례로 식약처는 최근 바이오업체인 B사의 면역항암제 임상을 중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B사의 의약품제조품질관리(GMP)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에 따른 조치다.
실제 해당 임상에 제공된 혈액 공여자 오기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회사는 지적된 사항에 대해 모두 소명 또는 보완할 예정이다.
인보사 사태 발생 직후인 4월부터 인허가 부분에서 식약처는 심사에 있어 기존보다 더 많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인보사 부실검증 논란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식약처의 요구가 까다로워졌다”면서 “일부의 경우 수차례 자료를 보완해 제출했다”고 전했다.
제약 및 바이오업계에선 인보사 사태 이후 신약개발에 대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준비해야 될 데이터 및 서류자료가 많아졌다는 것은 비용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오벤처사들에게는 자금조달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식약처는 최근 인보사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허가 이전 단계 △허가 단계 △허가 이후 단계 등 세 가지 단계로 구분된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다.
먼저 ‘인체세포등 관리업’을 신설, 허가 이전부터 관리를 강화하게 된다. 세포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대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정하여 철저히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후 허가 단계에 들어서면 STR(Short Tandem Repeat)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 STR은 유전학적 계통검사로, 연구개발과 제조 등에 사용된 모든 세포에 대한 STR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허가 과정에서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교차 검증한다.
식약처는 허가 이후에도 업체가 주기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결과를 보관하도록 하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추적조사도 의무화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신청 및 진행 절차에 대해 보다 세밀하게 심사에 임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 과정에서 자료 보완을 요청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부터 본심사 이전에 자료 미비 등 사유가 발생한 경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보완 사항을 미리 알려 제약사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심사제도 시행 등으로 불편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