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모집은 정해진 규정과 법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지만 어느 정도 돌아올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이강영 병원장은 최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도 전공의 지원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필수의료 진료과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할지가 중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이들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오는 12월 초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계획을 공고한 뒤 수련병원별 모집 절차를 개시한다.
수평위는 전공의법에 근거해 전공의 수련 정책과 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복지부에 설치된 심의기구다.
각 수련병원은 이번 모집을 통해 내년 3월부터 근무·수련할 인턴과 레지던트를 뽑는다. 전공의들은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등 수련을 거친 뒤 시험을 통해 전문의가 된다.
매년 이맘때 진행된 상반기 전공의 모집은 수련벼원 한해 '인력 농사'를 결정짓는 행사로 불리지만 의정 갈등이 9개월째 이어지면서 어두운 전망만 나오고 있다.
이강영 병원장도 전공의 복귀 전망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병원장은 "전공의 모집은 정해진 규정과 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며 끝까지 그렇게 갈 예정이지만 어느 정도 돌아올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 병원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진행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세브란스병원은 700여 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4명에 불과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전체 의사 인력 중 40%가량을 차지하지만 현재까지 사직 전공의 중 병원에 복귀한 인원은 없다.
이 병원장은 "병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공의 중 다른 일을 하거나 군대에 가는 인원도 상당수 있어 여러 변수가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 병원장은 필수의료 분야인 외과 교수이자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으로서 전공의 복귀에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실제 '전국 필수의료과 전공의 사직 및 복귀 현황'에 따르면 외과는 전공의 447명 중 401명(89.7%)이 사직하고 46명(10.3%)만 남았다. 내년 외과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이 있는 고연차 전공의는 19명에 불과하다.
"커리큘럼은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평가 및 개선하는 노력 필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전공의 수련 집중토록 하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계기"
이 병원장은 "이 자리에서 학회 입장을 대변하기는 어렵지만 생명을 다루는 소위 필수의료 전공의가 몇% 복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병원장은 정부가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문의 중심 병원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체계를 개선해 전공의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병원장은 "그동안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비용을 누군가 부담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사회가 안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비용을 들여 전공의를 교육하고 현장 안전을 제고하는 과정은 어느날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조금씩 진행돼온 일이었다"며 "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이러한 과정에도 속도가 붙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그간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 전공의에게 '너 전공의니까 돈을 주겠다'는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교육이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우수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해가야 한다"며 "커리큘럼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바꿔나가고 이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