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빠진 대학병원 헤어 나올 길이 없어
2011.07.21 03:24 댓글쓰기
[기획 상]정부가 영상장비 수가를 대폭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병원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병상 및 장비 보유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손실이 뒤따를 것으로 병원계는 추산하고 있다. 수가인하의 목표는 단순했다. 복지부는 악화일로 치닫는 건강보험재정을 살리기 위해 그 부담을 병원계에 떠넘기고 합리화 방안이라 부르고 있지만, 병원계는 ‘강요된 희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기는커녕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체제를 그동안 견뎌왔지만 이를 보전해주던 영상장비 수가가 깎이자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실망을 넘어 절망을 표출하고 있는 병원계. 그들이 말하는 병원계 경영 실상을 데일리메디가 파헤쳐봤다.[편집자주]

아덴만의 또 다른 영웅 이국종 교수 고민 “남일 아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국내 외상센터 현실에 대해 뼈아픈 말들을 던졌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중증외상센터 문제점 및 발전 방안’과 관련한 포럼에서 그는 “우리나라에는 제 기능 갖춘 외상센터가 없으니 문제점을 꼽기도 어렵다”며 국내의 열악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얼마 되지 않는 의료진이 수술과 당직을 쉬지 않고 하루하루 버텨나가고 있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가 지난해만 8억여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시스템에 낮은 수가로 외상센터 운영에 나서기 힘든 병원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비단 이국종 교수가 지적한 외상센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대부분인 대학병원의 경우 공공성을 이유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환자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진료과, 진료센터가 적지 않다. 환자가 오면 올수록, 적자폭이 커지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천덕꾸러기 신세인 셈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위해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의료계의 원가보전율은 73.9%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 23개 진료과 가운데 원가보전율이 100%를 넘는 진료과는 신경외과(111.3%), 영상의학과(105.3%), 외과(100.3%), 정신과(105.8%), 정형외과(100.4%), 흉부외과(139.5%) 등 6개에 불과했다.[표1 참조]


반면 원가보전율이 100%도 채 되지 않는 곳들은 수두룩했다. 특히 최근 저출산 영향에 직간접적인 여파를 받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원가보전율이 34.2%로 병원들이 출혈을 감수하고 운영 중임을 짐작케 했다.

소아청소년과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의 운영현황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서울대병원측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수익 대비 비용지출에 따른 손익률이 마이너스 20%대에 머물면서 외래 소아환자 1명당 8900원, 병상당 매년 2900만원의 손해를 안고 있었다.

지난 2001년부터 쌓여온 연간 적자 규모도 이미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와 관련 서울대어린이병원 조태준 소아진료지원실장은 “어린이병원의 경영수지 악화가 반복되면서 재투자가 힘들어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며 한숨을 내쉴 정도다.

대학병원의 꽃이라 불리는 중환자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고윤석 교수(호흡기내과)가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지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308개다. 전체 입원건수의 6.4%, 전체 입원 진료비의 22.5%가 중환자실에서 나올 정도로 국내 의료환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하지만 대다수 중환자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고 교수는 “2008년 중환자실 병상료를 개선하기 위해 병상료 차등 등급제가 실시됐지만 원가는 30~5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제대로 운영할수록 적자의 폭이 커지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이 내놓은 이 자료가 2008년 금융위기 전(前) 추산한 자료임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 보다 더 낮아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가상승에 따른 재료비 인상,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여파, 일부 비급여항목의 급여전환과 식대와 병실료 차액의 급여확대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70%대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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