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저출산 여파에 따른 분만 인프라 붕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그에 따른 모성사망비 변화도 심상찮다.
더욱이 대한민국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기록하면서 분만환경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분만실 병실 및 병상수는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 1554개였던 분만 병실수는 2020년 1338개로 216개 줄었다. 비율로는 13.89% 감소다. 무엇보다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감소세가 확연하다.
고위험 분만을 주로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과 분만 접근성과 직결된 의원급 의료기관의 분만 병실수 감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013년 114개였던 분만 병실수가 2020년 85개로 줄었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835개에서 617개로 감소했다.
분만 병상수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전체적으로는 2013년 2773개에서 2020년 2064개로 709개 줄었다. 비율로는 25.57% 감소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은 340개에서 216개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1160개에서 775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실 감소는 자연스레 신생아실 축소로 이어졌다. 애 낳을 곳이 줄다보니 신생아를 돌볼 인프라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3년 908개였던 국내 신생아실 병실수는 2020년 664개로 줄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520개에서 327개로 급감세를 나타냈다.
신생아실 병상수 역시 8851개에서 6975개로 1867개가 사라졌다. 비율로는 21.19%에 달한다. 3274개였던 의원급 의료기관 병상은 2270개로 1000개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분만 인프라 붕괴는 고위험 산모 증가와 맞물리며 모성사망비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 출산 과정에서 사망하는 산모의 비율인 모성사망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D) 평균보다 높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의 경우 전국 평균의 수 배에 달한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OECD 평균 모성사망비는 8.21이었고,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경우 12.29%에 달했다.
특히 지역별로는 분만 인프라가 열악한 강원도가 33.5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국 평균(7.8명)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분만 인프라 붕괴와 함께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나이가 많은 고연령 산모가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4만3000명이었던 35세 이상 산모는 18년 동안 약 4.7배 증가해 2018년에는 10만4000명으로 늘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 모성사망비가 높은 것은 분만 인프라 붕괴와 고연령 산모 증가가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이나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등의 정책이 운영되고 있지만 작금의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