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기술 발달로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혹자는 유방암을 착한 암, 쉬운 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 5명 중 1명은 전이 및 재발을 경험한다.
드물지만 치료 10~20년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 첫 치료 후 추적관찰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인체 핵심장기인 뇌, 폐, 간, 뼈 등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유방암 세부 아형에 따라 치료 예후가 각기 다르지만 암세포가 전이된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4%, 10년 생존율은 22%로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치료목표는 완치가 아닌 삶의 질 향상 및 통증 조절, 생존기간 연장에 중점을 둔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법은 호르몬수용체 또는 사람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유무, 암 재발기간, 전이 진행 속도, 전이 부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삶의 질 향상’이라는 치료 목표에 따라 치료 관련 독성을 최소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해 순차적인 단일항암화학요법 사용을 우선 권한다. 전이 부위가 광범위 하거나 질병의 진행속도가 빠른 환자에서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의 사용을 권장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표준치료법들의 대부분이 국내에 도입돼 있지만, 일부 약제는 보험급여 기준에 의해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 및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증명한 약제들이 비급여인 경우에는 환자들에게 선뜻 권유하기에 조심스럽다. 경제적 부담이 큰 일부 환자들은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도 있다.
다행인 것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치료효과와 사회적 요구도를 인정받은 치료제들에 한해 환자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할라벤 단일요법은 기존에는 전이성 유방암 3차 치료에서만 급여가 됐으나, 최근 2차 치료에도 선별급여를 인정받으면서 할라벤 투여가 적합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일부 덜고 보다 빠르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할라벤은 생존기간 연장 효과 외에도 타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독성이 미미하며, 발생하는 부작용도 관리가 용이한 수준이라 전이성 유방암 환자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약제로 평가 받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 목적인 생존연장과 삶의 질 개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치료옵션이 확보돼야 한다. 허가나 보험급여 등 제도적 문제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지면, 일부 환자와 가족들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대체요법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은 환자의 생명에도 직결되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이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에 노출된 부정확한 치료법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환자와 가족들과 상담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생존율과 병기가 암의 경중을 나누지 않으며, 암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기에 환자 및 가족들에게 암은 결코 착할 수도, 쉬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가족들과 평범한 일상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도록,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진, 제약사,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