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기기 업체들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구매 수요가 늘어나는 등 관련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판결이 내리진 이후 한의사들의 초음파 진단기기 구매 문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이전보다 제품 구매 문의 및 구매하려는 한의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한의용품 판매 사이트에는 침 시술 가이드용 초음파 진단기기가 주간 베스트 상품에 올라오거나 초음파 겔이 신상품으로 업로드 되는 등 이 같은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의료기관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의료기기 중 하나다. 대부분 병의원에서는 기기를 갖추고 있지만 교체하는 수요는 많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로 약 2만곳에 달하는 새로운 고객층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기준 전국 한의원은 1만6918곳이며, 양방과 한방을 같이 하는 한방병원은 785곳이다.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합치면 1만7700여곳이다.
국내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은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해외 업체로는 GE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등이 있으며 국내 업체로는 삼성메디슨, 알피니온메디칼, 에스지헬스케어 등이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종류별로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으로 가격이 나뉘는데 한의원 및 한방병원에서 기기를 한 대씩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다만 업체들이 한의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주 고객인 의사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기 업체들에 한의사에게 초음파진단기기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대응해 왔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 강요행위 중 거래거절강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총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지만 주 고객인 의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이 아직까지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업체들의 고민을 키운다.
현재 대형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프리미엄 기기의 경우 최대 3억원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으나 한의사가 사용하는 초음파 진단기기의 경우 1천만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무엇보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당장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점에서 위문도 제기된다.
현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기를 사용해 비용을 청구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등재 판정을 받아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내부적으로 심평원 등재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시일내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문의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주 고객은 의사인 게 맞다. 기존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기에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생산량이나 영업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세운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