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초의료원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 해 ‘연봉 4억원’이라는 파격 조건까지 내건 가운데, 올해 전문의시험 결과 응급의학과에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며 인력난이 한 층 가중될 전망이다.
2023년도 전문의시험 결과 응급의학과는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며 최저 합격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응급의학과는 응시자 총 158명 중 1차시험에서 1명이 탈락하고, 2차 시험에서는 13명이 불합격해 최종 14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대한의학회(회장 정지태)는 최근 2023년도 제65차 전문의 자격시험 2차 시험 및 최종 합격자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은 2차시험에 응시한 2885명 중 2807명이 최종 합격해 새내기 전문의 2807명이 새롭게 배출됐다. 최종 합격률은 97.29%다.
25개 전문과목 중 최종 합격률이 가장 낮은 진료과는 영상의학회로, 합격률 90.5%를 기록했다.
올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총 158명으로 1차 시험에서 1명이 탈락했다.
이어 2차 시험에서는 결시자 1명을 제외하고 13명의 추가 탈락자가 발생해 최종 합격자는 143명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전문의 시험에서는 총 154명의 응시자 중 탈락자 5명으로 합격률 98.7%를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합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한편, 이번 전문의시험에서 최종합격률 100%를 기록한 전문과목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안과 ▲피부과 ▲비뇨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예방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핵의학과 등 14개다.
“속초의료원 사태 등 지방 필수의료 인력난 심각”
대한응급의학회는 올해 유난히 많은 탈락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히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응급의학회 류현호 공보이사는 “수험생이 느끼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해 특별히 어렵게 난이도를 조정하지 않았다”며 “시험 결과는 별도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학회 역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에 비해 시험은 달라진 점이 없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며 “학회 차원에서 왜 시험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인지 분석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급의학과에서 전문의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며 지방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의학과 인력난은 한 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류 공보이사는 “기존에도 인력이 집중되는 수도권 병원은 별문제가 안 되지만 지방은 타격이 클 수 있다”며 “지방은 소도시뿐 아니라 광역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한 병원이 많은데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방은 특히 개인병원이나 로컬병원 등으로 빠지는 인력이 많아지면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수의료과에서 많은 탈락자가 발생한 점에 대해 학회 측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시험 합격률은 100%는 아니어도 최저 합격률을 기록하는 수준도 아니었다”며 “올해 유난히 많은 탈락자가 발생한 것에 학회는 책임지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에 난항을 겪은 속초의료원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방은 인력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며 “필수의료과에서 여러 탈락자가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