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인 사람은 말초동맥 질환(PAD: peripheral artery disease)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말초동맥 질환은 주로 팔, 다리 등 신체의 말초 부위로 들어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사지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발생하는 '팔다리 동맥경화'로 팔보다는 주로 다리에 발생한다. 걸을 때 나타나는 다리의 통증, 뻣뻣함, 경련 등 다리 근육의 불편이 겉으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환경의학 연구소 심혈관·영양역학 연구실의 루안 슈아이 박사 연구팀이 진행한 동일 집단(cohort), 환자군-대조군(case-control) 연구 등 3건의 관찰 연구와 1건의 멘델 무작위 분석(Mendelian randomization)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6일 보도했다.
멘델 무작위 분석법이란 특정 질병의 환경적 위험인자들과 그와 연관이 있는 유전자 변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연구 방법이다.
스웨덴 성인 5만3천416명이 대상이 된 동일 집단 연구에서는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인 사람이 하루 7~8시간을 자는 사람보다 말초동맥 질환 발생률이 74% 높게 나타났다. 하루 8시간 이상 자는 사람도 7~8시간 자는 사람보다 말초동맥 질환 발생률이 24% 높았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 중 45만2천28명이 대상이 된 또 다른 동일집단 연구와 미국의 '밀리언 재향군인 프로그램'(MVP: Million Veteran Program) 데이터베이스 중 말초동맥 질환 환자 2만8천123명과 말초동맥 질환이 없는 12만8천459명이 대상이 된 환자군-대조군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관찰 연구에서는 또 낮잠과 말초동맥 질환 사이에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잠은 말초동맥 질환 위험 32% 상승과 연관이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말초동맥 질환 환자 3만1307명과 말초동맥 질환이 없는 대조군 21만17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멘델 무작위 분석에서도 수면 부족이 말초동맥 질환 위험 20% 상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찰 연구 결과는 역인과관계(reverse causality)가 성립할 수도 있다. 즉, 이 연구의 경우 수면 부족이 말초혈관 질환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말초혈관 질환이 수면 부족을 가져오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멘델 무작위 분석법은 관찰 연구 결과가 확실함을 더해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수면 부족과 낮잠이 관상동맥 질환 위험 증가와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전에 발표된 바 있다.
관상동맥 질환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각종 심혈관 질환(심근경색, 협심증 등)을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 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학술지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