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수핵제거술 중 신경에 손상을 가해 환자에게 근력 저하 및 보행의 어려움을 초래한 병원에게 약 1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정우정)은 환자 A씨 등이 의사 B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욕실에서 넘어져 생긴 허리통증 등으로 B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병원을 방문해 요추 3~4번과 4~5번에 각 인공추간판치환(삽입)술을 받았다.
이후로도 A씨는 ▲경피적 신경성형술/추간판성형술 ▲인공추간판치환(삽입)술 ▲후굴절제술 ▲내시경 수핵제거술/추간공성형술/고주파열치료술 등 B씨에게 총 5차례 시술 및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수술로 내시경 수핵제거술을 받은 A씨는 그 이후부터 왼쪽 발 부분의 족하수 증상을 호소했다. 당일 왼쪽 배측굴곡 근력 저하가 관찰되기도 했다.
B씨는 수술 후 A씨 등과의 대화에서 ‘내시경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신경에 좀 손상을 입었다’, ‘그래서 발목에 힘이 조금 떨어졌다’, ‘의료사고다 이거는’이라고 언급했다.
A씨는 현재 왼쪽 발목의 배측굴곡 근력 및 하지 감각 저하로 보행에 어려움이 있으며, 향후에도 족하수 증상이 계속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A씨 가족 등은 B씨가 마지막 수술시 수술기구를 잘못 조작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신경을 손상시킨 탓에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의 신체감정의 또한 “A씨 증상은 당시 신경근병증의 급성 악화로 근력 저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신경근의 손상이 5차 시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진료기록감정의는 ▲수술 전 근력 저하가 확인된바 없다는 점 ▲A씨의 증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 ▲수술 다음날 시행된 요추 MRI 검사에서 수술부위 출혈에 의한 신경압박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수술로 인한 손상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내시경 수핵제거술로 인한 신경손상의 빈도는 1.8~2.3% 정도로서 통상적인 합병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술 당시 신경손상이 불가피하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B씨가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하지 않고 곧바로 수술을 시행한 점 또한 과잉진료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처럼 넘어져서 허리 및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하지근력 저하, 대소변 장애, 마미총증후군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없으면 약 6주간의 보존적 치료 내지 비수술적 시술 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을 응급으로 시행하지는 않음에도 B씨는 A에게 신경학적 이상이 있었다는 명확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보존적 치료 등을 진행하지 않고 곧바로 인공추간판치환술을 시행했다”며 “이는 과잉진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은 “3차 수술 당시 원고 A의 상태는 인공추간판치환술의 상대적 금기증에 해당하였으므로 3차 수술도 적절한 치료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