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공 세포 안에 유전질환 치료 물질을 담은 채 인체에 침투한 뒤 치료 물질을 인체 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용 인공 바이러스 벡터(AVV)가 개발됐다.
미국 워싱턴DC 미국가톨릭대 베니갈라 라오 교수팀은 31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표면을 지질(lipid)로 감싼 박테리오파지 T4를 이용해 만든 인공 바이러스 벡터(T4-AAV)로 유전자 치료 물질을 인간 세포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박테리오파지 의료 연구 센터 설립자인 라오 교수는 인체 미생물군집이 들어 있으면서 세균을 잡아먹는 박테리오파지의 질병 치료 활용 가능성을 연구해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bacteria)과 '먹는다'(phage)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를 뜻한다.
현재 유전자 치료 연구는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렌티바이러스, 지질 나노입자, 합성 나노입자 등을 치료 물질 전달체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들은 아직 실험 단계이고 치료용 DNA나 RNA를 전달하는 능력도 제한적이며 여러 가지 안전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는 자손을 빠르게 복제하고 조립할 수 있는 효율적인 생물학적 기계라며 치료 물질을 전달하도록 프로그래밍한 인공 바이러스 벡터를 만들어 인체에 침투시키면 질병 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박테리오파지 T4를 사용해 인공 바이러스 벡터(AVV)를 만들고, 이 AVV가 내부 부피가 크고 외부 표면이 넓어 치료용 생체 분자를 프로그래밍하고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들은 AVV가 연구실 실험에서 근이영양증(muscular dystrophy) 관련 유전자인 디스트로핀을 인체 세포에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며 AVV를 단백질과 핵산 등을 전달하는 게놈 공학 전달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라오 교수는 AVV는 높은 수율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고 구성 나노 물질도 수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이는 기존 유전자 치료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미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테리오파지 T4는 기존 치료법보다 더 많은 치료 물질을 전달할 수 있어 훨씬 광범위한 치료법에 사용될 수 있다"며 "겸상 적혈구 질환, 당뇨병, 암 같은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연구는 실제 치료에 적용하려면 수년이 걸리겠지만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모델도 제공한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현재의 저분자 의약품과 달리 몇시간에서 며칠 내에 치료가 가능한 박테리오파지 기반 의약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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