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비트 주스가 스텐트(stent) 시술 환자의 관상동맥 재협착(restenosis)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텐트 시술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졌을 때 심근경색 예방을 위해 시행된다. 스텐트는 일종의 금속망으로 카테터(도관)에 실어 대퇴동맥을 통해 심장의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어 막힌 부분을 뚫고 그 자리에 고정 설치된다. 스텐트 시술 환자는 5년 내 약 10%가 스텐트를 설치한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이 발생한다.
영국 퀸 메리 런던 대학(QMUL) 윌리엄 하비 연구소(William Harvey Research Institute)의 심장 전문의 크리슈나라이즈 라토드 박사 연구팀이 협심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은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매일 비트 주스(70ml)를 6개월 동안 마시게 했다. 다른 그룹엔 비트에 자연적으로 들어있는 주요 성분인 무기 질산염(inorganic nitrate)을 제거한 주스를 줬다.
2년 후 비트 주스를 마신 실험군에서는 7.5%, 무기 질산염이 제거된 주스를 마신 대조군에서는 16%가 관상동맥 재협착으로 스텐트 재시술을 받거나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을 겪었다.
실험군은 또 스텐트 시술 후 시간이 가면서 스텐트를 삽입한 혈관 부위가 다시 상당히 좁아진 경우가 대조군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서 비트를 꾸준히 마신 환자는 핑크빛 소변이 나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부작용은 없었다.
비트 주스는 무기 질산염을 체내로 주입할 수 있는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방법으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무기 질산염은 입 속에 서식하는 구강 박테리아에 의해 질산염으로 전환된다. 질산염은 다시 체내의 특정 효소에 의해 신호 전달 분자인 산화질소(NO: nitric oxide)로 바뀌는데 이 산화질소가 혈관 건강을 돕는다.
질산염은 혈관을 계속 열려있게 만들어 심장병 위험을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연구팀은 곧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임상시험이 성공하면 협심증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도 스텐트 시술 후 비트 주스를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국심혈관학회(British Cardiovascular Society)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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