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인지기능이 정상이고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은 전혀 없는 치매의 아주 초기 단계에서 장(腸)에 서식하는 미생물 집단인 장 세균총(microbiome) 구성에 정상인과는 다른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 대학 의대의 가우탐 단타스 병리학·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1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연구 센터(Alzheimer Disease Research Center)의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5일 보도했다.
연구 대상자는 모두 인지기능이 정상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분변, 혈액,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샘플 분석 결과와 MRI와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 자료를 바탕으로 정상인과 치매 초기 징후를 보이는 환자를 구분해 냈다.
이 중 49명은 치매 원인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뇌척수액 속에서 발견됐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신경세포 사이사이 공간에 있는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plaque)하거나 엉키면서(tangle)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 신호가 나타난 사람은 인지기능은 정상이지만 장 박테리아의 종류와 그 박테리아가 수행하는 생물학적 작용이 정상인과 현저하게 다른 것으로 분변 샘플 분석에서 밝혀졌다.
이들은 정상인과 기본적으로 식습관이 같았는데도 이처럼 장 세균총의 구성이 크게 달랐다.
이러한 차이는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기 전에 뇌세포의 비정상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즉, 장 세균총 변화는 뇌의 병리학적 변화의 '판독'(readout)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장 세균총이 치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따라서 아직 증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치매 초기 환자는 이러한 장 세균총의 차이로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장 세균총 검사의 한 가지 장점은 검사가 단순하고 쉽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만약 장 세균총 변화와 치매 초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염증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장 박테리아는 경이로운 '화학 공장'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일부 장 박테리아가 만드는 대사산물(metabolite)은 장 자체에 염증을 일으키지만, 혈류 타고 돌면서 전신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직은 추측 단계이지만 장 세균총의 변화와 치매 초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제거하는 것이 치매 증상 출현을 지연시키거나 차단하는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장에는 수많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섭취된 음식을 소화하고 면역체계 발달을 자극하며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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