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통풍(gout)이 치매,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풍은 혈중 요산(uric acid)이 증가하면서 신장을 통해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고 관절에 날카로운 형태의 결정체로 침착돼 염증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사성 질환이다. 통풍은 육류나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잘 나타나 귀족 질환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빅 데이터 연구소(Big Data Institute) 인구보건과의 아니야 토피왈라 교수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 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 중 통풍 환자 1만1735명(40~69세)과 이들과 연령, 성별을 매치시킨 대조군 3만2202명의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9일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통풍 그룹은 대조군보다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 퇴행 질환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풍 그룹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해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률이 대조군보다 60% 높았다. 치매 발생률은 통풍 진단 후부터 3년 사이가 가장 높았고 그 후로는 점점 줄었다.
통풍 그룹은 또 중추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 발병률도 43% 높았다. 본태성 진전(essential tremor) 발생률은 무려 7배 가까이 높았다.
본태성 진전이란 손, 다리, 머리, 목소리가 떨리는 병으로 가끔 파킨슨병으로 오진되기도 하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할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질환이다. 통풍 그룹은 또 사망률이 11%로 대조군의 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통풍 환자 중 1,165명은 뇌 영상 자료가 있었는데 이들은 대조군보다 회색질(gray matter) 용적이 전체적으로 그리고 부위별로 작고 뇌 철분 수치가 높았다.
이는 통풍 환자가 신경해부학적(neuroanatomic) 기능이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통풍이 신경 퇴행 질환과 연관성을 갖는 이유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뇌는 신경 세포체로 구성된 겉 부분인 대뇌 피질과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깔린 속 부분인 수질로 이뤄져 있다. 피질은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 수질은 하얀색을 띠고 있어 백질(white matter)이라고 불린다. 뇌의 철분 증가는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결과는 연령, 음주량, 흡연, 허리-엉덩이둘레 비율(WHR: waist-hip ratio), 생활 수준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WHR은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수치로 여성은 0.85, 남성은 0.9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간주한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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