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온열환자가 속출하는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의료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지원에 나서는 가운데, 잼버리 현장에서도 간호법 여파로 인한 갈등 양상이 재확인됐다.
잼버리 현장에는 병원을 비롯해 5개 클리닉센터가 마련됐지만 연이은 폭염에 열사병, 벌레물림, 찰과상 등으로 고통 받는 참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환자 수용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북의사회, 전북약사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8월 5일부터 잼버리 웰컴센터 1층 로비에 'MEDICAL CLINIC' 현수막을 내건 의료지원단 진료소를 설치하고 의료 지원에 나섰다.
의료지원단에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약사, 의료기사, 행정지원인력 등이 포함돼 진료소를 직접 설치하고 의약품과 의료기구, 간이병상, 물품 등 제반 여건을 갖춘 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웰컴센터 마감시간을 1시간 초과한 저녁 7시까지 시간대별로 근무조를 편성해 역할을 나눠 진료를 보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 의료봉사를 위해 다양한 의료단체가 손을 맞잡고 힘을 모았지만 제외된 단체가 하나 있다. 바로 60만명의 간호사와 간호대생을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다.
대한간호협회도 잼버리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의료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중앙간호봉사단 단원 20명을 포함한 전북간호사회 소속 회원 등은 지난 1일부터 의료지원단으로 참여해 봉사를 펼치고 있다. 간호봉사단원들은 잼버리병원과 A~E 각 클리닉에 배치돼 현재 활동 중이다.
“의사협회-간호협회 소통 창구 폐쇄…쉽사리 회복 힘들다”
의료계가 이같이 갈라선 데는 지난 5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최종 무산된 ’간호법‘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희생자와 유족, 부상자 등을 위해 긴급의료지원에 나섰지만 협업없이 별개로 진행했다. 당시에도 대한의사협회는 파트너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선택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추진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와 큰 갈등을 겪어야 했다. 간호법이 각 보건의료단체 이해관계와 첨예하게 연관돼있는 만큼 다른 의료단체들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간호법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초됐지만, 양분화된 보건의료계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간호법 이후로 사실상 간호협회와 교류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졌다”며 “이전에는 의료봉사를 진행할 때 의협과 간협이 공조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간호법 추진 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조무사협회 등 타직군단체와는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기 때문에 함께 봉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간호협회와 야당이 올 하반기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상황 속 다시 교류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한간호협회는 “파견만 별도로 진행했을 뿐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함께 봉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의료봉사 자체가 간호사만 따로 떨어져 할 수 없다”며 “잼버리 안에 병원 구조가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이 함께 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전에 의사협회 등과 함께 의료봉사에 참여한 적도 있지만 이번 잼버리 건은 긴박한 상황 속 긴급하게 인력을 보내야 했기에 따로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