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인권위)가 지난 8월 18일자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등 간호인력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4일 인권위는 “간호사 노동인권 및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관련 사안에 다방면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추가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주문은 ▲간호사 1인 당 최대 담당 환자 수를 관계법령에 규정 및 간호관리료 차등제 적정 수준 운영 ▲간호사 정원기준 미준수·미신고 의료기관 행정처분 기준 강화 ▲간호인력 야간근무 가이드라인 준수 관리감독 강화 등이다.
전반적으로 현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강제성’을 수반하는 의료기관 관리·감독을 주문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4월 간호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간호사 1인 당 환자 5명을 간호토록 하고, 병원의 간호인력 배치 활성화를 위해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정부의 해당 계획이 지난 2021년 9월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의 ‘노정합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인권위는 “노정합의 상당 부분이 이행되고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구체적 추진 일정과 재정확보 계획 등 추진 로드맵이 부재한 정부의 종합대책은 그 이행을 담보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이에 간호사 정원기준 미준수·미신고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실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현행보다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 위반 시 시정명령 및 강한 패널티 적용 등 적극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실제 행정처분은 미미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간호사 정원 기준 미충족에 대한 행정처분은 119건에 그쳤고, 2회 이상을 중복 위반한 의료기관은 시정명령만 거듭 내려졌다.
인권위는 “공식적 처분 통계 외에 실제로는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간호사 정원을 준수하지 못한다는 분석이었다”며 “정원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처분이 미미하니 법규의 실효성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고 말했다.
“간호관리료 차등제·야간근무가이드라인 등 강제력 수반 법 제·개정”
간호관리료 차등제와 관련해서는 “현행 기준 등급을 적정 수준 간호사 정원 기준에 맞춰 상향 조정하고 간호등급을 세분화하고, 적정 수준 정원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관리료 감산폭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간호인력 야간근무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추가수익금을 간호사 처우 개선에 쓰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도 인권위는 주목했다.
인권위는 “지침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강제력을 수반하는 법령 제·개정 등을 통해 시행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다만 해당 가이드라인이 시행되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 모니터링으로 직접 인건비 지급 대상과 방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직무 스트레스, 트라우마 관리 등 심리지원도 국가 차원 개입이 필요하다고도 봤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등 감염병 위기에서 스트레스는 간호사 이탈, 동료 간호사의 업무 가중, 간호서비스 질 저하 등을 연쇄적으로 유발해 향후 감염병 대응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의료 현장과 의료인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심리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국가 차원의 개입과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며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심리상담 전문가를 확보하고 간호사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권위가 이같이 판단한 근거는 대한민국 헌법, 세계인권선언,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유엔 사회권규약 일반논평, ILO 간호인력협약, 인권위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권고 결정 및 간병의 사회적 책임확대를 위한 권고 및 의견표명 결정 등이다.
한편 9월 1일부터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막이 올랐다. 이번 인권위 권고의 내용과 닮아 있는 여야 쟁점 법안이 ‘간호법’이 올 상반기 국회 문턱을 넘었다가 최종 폐기된 가운데, 간호계와 야당이 천명한 재추진이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