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우울증치료제 새 패러다임 예고 '실로시빈'
미국 등 임상시험서 '효과·안전성' 입증···호주, 세계 첫 '처방' 허용
2023.09.12 10:12 댓글쓰기




‘마약’, ‘환각제’로 치부됐던 실로시빈이 우울증 치료제로 연구된 지 10여 년이 경과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주요 실로시빈 연구로 꼽혔던 임상 2상 결과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국 우소나연구소가 주도하는 18개기관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미국에서 진행한 2상 임상시험 결과를 지난 8월 31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로시빈의 빠른 항우울 효과 및 우울 증상 지속 감소, 심리사회적 기능 개선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로시빈은 1958년 스위스 제약사 산도스가 버섯에서 처음 추출해 몇 년 동안은 우울증 또는 중독 치료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히피 탄압과 함께 그들이 즐겨 쓰던 실로시빈은 1970년 1급 마약으로 지정된 이후 연구 대상으로는 근접할 수 없게 됐다.


그러던 중 1999년 임상시험이 재개된 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미국식품의약국은 2018년 실로시빈을 치료저항성우울증(TRD)와 주요우울장애(MDD)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법(breakthrough therapy)’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간 연구에 따르면 실로시빈은 신체에 오래 지속되고 금단증상이 없으면서 항우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기존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


현재 처방되는 항우울제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3분의 1에 효과가 미미하다. 또 효과가 있어도 항우울 효과는 수개월 걸리며, 복용을 멈추면 1년 이내 평균 재발률이 50%를 넘는다. 


지난 6월 21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콜로라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사이키델릭 과학 컨퍼런스에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치료제 향방 2023~2024년 임상시험 주목


실로시빈이 실제 치료제로 사용될지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주요 임상시험 연구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기대되는 연구는 영국 제약사 콤파스의 임상 3상이다. 이 임상시험은 올해 3월 시작돼 2024년 10월에 종료될 예정이며 결과는 2024년말이나 2025년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우소나연구소도의 임상시험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종료된 임상2상에서 104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실로시빈 25mg 또는 위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투여 후 8일차와 43일차 모두 우울증평가(MADRS)에서 실로시빈이 위약 대비 큰 점수 차로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또 업무 및 사회생활, 가족생활 장애 등에 대한 평가(SDS)에서도 탁월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항우울제 부작용으로 많이 거론되는 감정적 둔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로시빈 치료가 전반적인 환자들 기능 및 불안 증상,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단순히 우울 증상을 줄이는 것 이상으로 정신건강과 웰빙의 다양한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우소나연구소는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실로시빈은 최근 연구들에서 우울증 외에도 편두통, 거식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다양한 신경정신 질환에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론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20년 미국 오리건주는 주민투표에서 찬성 56%를 받으며 치료용 실로시빈이 합법화됐다. 2022년 11월 콜로라도주에서도 54%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또 호주는 올해 7월 1일부터 실로시빈 처방을 허용했다. 실로시빈 치료를 완전히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다.


지난해 12월 미국 오리건주 다마스커스 지역에서 한 의사가 학생들에게 실로시빈의 치료 단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리건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실로시빈를 활용한 치료를 합법화했다. 연합뉴스 제공


추가 연구로 처방법 정밀하게 다듬어야


그러나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실로시빈을 허용한 국가 또는 지역에서도 계속 치료 목적 외 오남용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중독성이 약하다고 해도 환각 증세가 일어나는 만큼 사회에 여러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에 맞게 치료용으로 쓰더라도 아직 정밀하게 정해야 할 것들이 수많이 남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예일대 의대, 플로리다애틀란틱대 등 공동연구팀은 근래 실로시빈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작용기작, 효능과 안전성, 남은 과제 등을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실습’ 9월 7일자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실로시빈이 최근 많은 임상시험에서 우울증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투여량, 투여빈도, 독성, 임상 프로토콜, 처방 임상의 기준, 비용, 보험 적용 범위 등을 정밀히 정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와 국립약물남용연구소도 실로시빈을 포함한 사이키델릭 의약품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하게 임상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향후 낙후 지역에 공평하게 공급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예일대 연구팀은 “임상 현장의 의료진은 실로시빈의 이득과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을 때까지 소량만 투여하고, 환자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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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똥별 07.17 13:39
    한국에서도 빨리 복용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에서는 환자들을 위해 빠른 조치를 해라.
  • 별똥별 03.06 11:11
    빨리 허가받고 한국에도 도입 됐으면 합니다.
  • 누구나 12.13 07:46
    한국도 빠른허가가 필요하다..

    점점 마약사범들이 늘어나는데 중독성 없는 항우울제가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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