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최대 1000명 확대'란 초강수를 둔 가운데 의료계는 대응 방식을 놓고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에서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다시금 회장 탄핵론에 휩싸이며 내홍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경기도의사회 등 의료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의사협회 집행부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하며 강력 투쟁을 위한 비대위 구성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집행부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면피용 대표자 대회를 형식적으로 개최할 게 아니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실질적 임총을 개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또 "윤석열 대통령은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발표 시도를 중단하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포함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고 경고했다.
즉, 정부 강공에 맞서려면 현 집행부로는 대응이 어려워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임기가 반년도 안 남은 이필수 집행부를 사퇴시킬 경우 회무 연속성이 떨어지며, 의대 정원 이슈 외 의료 현안들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의사단체 대표는 "솔직히 의대 정원 외에도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며 "수술실 CCTV,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의사 면허취소법 등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필수 집행부가 사임하면 이런 현안들은 누가 감당하냐"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 시 비용도 문제다. 간호법 당시 경험한대로 앉은 자리에서 4억원이 지출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의료현안 대응 연속성을 위해 이필수 집행부는 그대로 두는 게 효율적"이라며 "집행부와 별도로 의대 정원 문제를 풀기 위한 비대위를 꾸려 운영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의사단체 대표는 "집행부는 회원들의 분노를 깨달아야 한다"며 "소통과 협의로 의료 현안이 풀리지 않음을, 언제든 정부가 신뢰를 깰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임총을 새롭게 연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차기 의협회장 선거 후보자들이 이를 기회 삼아 자신을 전국구 스타로 홍보하는 기회로 삼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 내년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복지부 장관, 청와대 관계자 등과 일대일 토론을 제안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강력 투쟁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오늘(17일) 예정된 의료계 긴급 대표자 회의에 앞서 박인숙 전 국회의원과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연다.
한 의료계 인사는 "차기 회장 후보들이 비대위원장으로 나서 성과를 못 낼 경우 의협 회장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가 의협회장 선거전을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필수 집행부는 회원들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의대 정원 확대 이슈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일각에서 집행부 총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회원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의대 정원 확대 이슈에 적극 대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