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공공의료 붕괴로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 주영수) 역할이 부각됐다. 이 가운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NMC 신축·이전 및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사업이 올해 8월 설계 공모 계약을 계기로 본격 닻을 올렸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지만 수많은 과제와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의해 줄어든 병상 수·예산 등 사업 규모,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 기부금 7000억원의 용처, 그간 부진했던 사업 예산 집행률 등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NMC 소속 전문의들과 총동문회가 원내 현수막을 걸고 환자들에게 호소하고, 국회 앞에 집결해 신축·이전 사업 예산 축소 철회를 요구한 지 약 1년이 흘렀다. 정치권·국민 감시와 응원을 동시에 받으면서 진행되고 있는 NMC 새병원 건립 추진 현황과 과제를 데일리메디가 정리했다. [편집자주]
설계 순항…2025년까지 토양환경정화사업 추진
NMC는 지난 2014년 신축·이전 관련 첫 예산을 배정받았지만 부지 확보로 사업 시작에 지난한 어려움을 겪다 지난 2020년 7월부로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협약으로 서울 중구 미군 공병단 부지에 건립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금년 4월 설계 공모에 돌입해 7월 당선작을 발표하고, 9월부터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이후 10월 30일부로 10개월 간의 문화재 정밀발굴조사를 완료했다.
새병원 부지가 4대문 안 매장문화재 유적 보존 조치 대상에 해당됨에 따라 국방부·한국환경공단 위탁사업으로 조사작업이 추진됐고, 이날 문화재청으로부터 완료조치 통보를 받았다.
근현대 건물지·조선시대 건물지 등의 유구와 조선시대 백자 및 분청사기 등 유물이 발견됐지만 현장보존이 아닌 기록보존하기로 결정, 지연 없이 신축·이전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오는 2025년 상반기까지 국방부가 주관하는 토양환경정화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국정감사 화두 새병원…여야 ‘병상 확대’ 주문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붕괴가 의료계와 국민적 화두인 상황에서 금년 10월 진행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NMC 새병원 건립추진상황은 일제히 여야 의원들 관심을 받았다.
기획재정부에 의해 당초 보건복지부와 NMC 요청과 계획보다 줄어든 병상 수와 예산에 대한 우려, 직원들의 잦은 해외 출장으로 인한 삼성 기부금 남용 등의 지적이 주영수 원장에게 쏟아졌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NMC에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를 확정하고 예산은 1조1726억원을 편성했다.
당초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외상센터 100병상 등 1050병상 규모를 요청했고 이에 필요한 예산은 1조2341억원이었다.
당시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한 목소리로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지만 NMC는 별다른 소득 없이 설계 절차에 돌입한 상태에서 피감기관으로서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NMC 새병원 규모 축소는 유감스럽다”며 “이미 설계 당선작이 선정됐는데 병상 확대가 가능하냐”고 질의했다.
주영수 원장은 “재정당국과 협의할 공식 기회가 있다. 그러나 이제 막 설계가 시작돼 결과물이 안 나왔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으로 협의를 하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격려도 이어졌다. 현행법상 축소된 병상과 예산 변경은 가능한데, 기본 설계 완료 후 적정성 검토 등 사업 진행까지 소요되는 기간 동
안 물가·인건비·건축단가 등 변동폭을 감안해 규모를 다시 정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주영수 원장에게 병상 수 확대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줄 것을 주문했다.
기관장으로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병상 수 협의를 위해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기재부와 몇 번이나 협의했나. 적극적인 자세로 새병원이 당초 위상을 갖게 해야한다”고 일침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법적으로 설계 과정에서 재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력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NMC 전문의들과 함께 힘을 실었던 총동문회는 향후 새병원 병상 수 확대를 위해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제20대에 이어 제21대 회장으로 추대된 NMC 총동문회 조필자 회장(선우&조신경과의원)은 지난 11월 총동문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조필자 회장은 “새병원 축소는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역할 및 열악한 환경에서 소임을 다한 의료원 가족과 동문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처사”라며 “동문회는 정책 부당성을 지적하며 오랜 시간 투쟁을 벌였다. 원안대로 800병상 규모로 지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벤치마킹 해외 출장만 3번 ‘4억2000만원’ 지출
삼성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저격수로 나섰다.
총 7000억원 중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사용키로 협약한 5000억원이 잦은 해외출장 및 행정비용 등으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미애 의원이 NMC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NMC는 해외 감염병병원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해 9월 싱가포르 출장, 올해 7월 미국 출장을 다녀왔고 12월 유럽 출장도 계획돼 있다.
싱가포르 출장에는 보건부(MOH), 싱가포르종합병원(SGH), 싱가포르국립감염병센터(NCID) 등 5개 기관에 17명이 3박 5일 일정으로 다녀오며 약 4161만원을 지출했다.
금년 7월 출장의 경우 미국 벨뷰병원, 존스홉킨스병원, 국립보건원(NIH), 클리니컬센터 및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에모리병원 등에 20명이 6박 8일 일정으로 약 2억241만원을 쓰고 돌아왔다.
올해 12월 예정된 출장비용까지 합치면 총 4억2000만원이 해외출장비로 쓰일 전망이다.
김 의원은 “벤치마킹 해외출장을 3차례나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전문 분야별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으로 가야 한다. 자료도 축적돼 있을텐데 너무 쉽게 다녀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주영수 원장은 “싱가포르 출장에서는 새로운 감염병병원 건축 실태를 처음으로 보는 것이기에 건축 관련 요원이 많이 포함됐고, 해당 경험을 통해 우리의 기술력으로 구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변했다.
서울 중구 소재 기부금 사무실 운영 비용도 상당히 지출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부금 사무실 임차비용으로 약6537만원이 지출됐는데, 올해는 6개월 동안 약1억2848만원이 지출됐다.
김 의원은 “작년 계약한 사무실이 올 연말 만료되는데 새 사무실에 또 임차해 이중지출되고 있다”며 “총사업비 없이 기부금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인데,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에서 제외돼 추가적 국가 예산을 받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