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대면진료 광범위 허용하고 재량권 부여"
입법조사처, 사업목표 불분명 지목···"선별→포괄 등재제도 변경해 유연성 확보"
2024.02.01 05:49 댓글쓰기

정부와 보건의료계, 산업계 간 공전을 거듭하며 시범사업 형태에 머물러 있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대상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금년 민생 현안으로 비대면 진료를 꼽고 이를 대폭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같은 날 입법분석기관에서는 이 같은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 각계 의견,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분석보고서를 발간하고 보다 유연한 ‘포괄등재제도’ 형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오다 지난해 12월 보완방안이 실시됐다. 이로써 범위·대상은 확대되고 의약품 규제는 강화됐다. 


보완방안에 따라 응급의료취약지(98개) 거주자, 질환에 관계 없이 대면진료 경험자(6개월 이내)가 허용되며 휴일 및 야간에 한해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이전에는 비대면 진료 시 마약류, 오남용 의약품 290품목만 처방할 수 없도록 제한했지만 확대된 모형에서는 사후피임약도 제한 품목으로 추가됐다. 향후 탈모·여드름·다이어트 의약품 처방 규제와 관련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문제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 주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집단별 쟁점을 고려해 사업모형을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계와 약계, 산업계는 동상이몽 중이다. 의료계는 ▲대면진료 원칙 ▲재진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에 대해 정부와의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합의했다. 


공적 처방전 전달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약계는 서울시약사회를 중심으로 ▲성분명 처방 ▲비대면 진료 수가 130% 인상 반대 ▲만성질환 ‘처방전 리필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이는 대부분 의료계와 오랫동안 충돌해온 제언이며, 이밖에 탈모·비만·여드름 등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도 제외해야 한다는 시각을 피력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시범사업 운영 후 재진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여파를 고스란히 맞아 사업을 축소·중단하거나 구조조정·해외 진출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은 초진과 재진, 약 배송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포괄 등재방식 도입, 중증질환·마약성진통제·외상 등 불가상황 제외하고 허용” 


국회입법조사처는 과거 비대면 진료의 한시적 허용에서 비롯된 부작용과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국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처는 “사업의 프로토콜과 목표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가 바뀌기도 하고, 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 일관성이 결여되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에 현행 시범사업 범위의 선별 등재방식을 포괄 등재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조사처 제안이다. 


현재는 진료사례 조건을 살펴보고 기준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 이에 각 기준 마다 이익단체 간 의견이 난립하며 합의를 좀처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처는 “중증질환이나 마약성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 범위를 광범위하게 허용해야 한다”며 “그에 맞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표준진료치침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즉, 세세히 법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시행 주체의 장에게 재량권을 주고 사업 형태를 유연하게 운영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차 의료기관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조사처는 분명히 했다.


조사처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재택의료시범사업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며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의 질환 예방 활동에서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 일차의료기관 중심 중재가 개입되면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시범사업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 건수는 15만3339건으로 이는 한시 허용 시기(월평균 22만2404건)의 69%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때 진료 건수 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15만3221건(99.9%), 병원급 의료기관이 118건(0.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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