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직격탄→'돈맥경화' 가중 유통업계
대학병원 경영난 심화 결제 연기 다반사…의약품‧재료‧장비업체 속앓이
2024.05.06 06:3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료대란 장기화에 따른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학병원들이 연일 십 수억씩 적자가 발생하는 탓에 결제기한을 잇따라 연장하면서 의약품 유통업체와 장비업체들은 그야말로 ‘돈맥경화’ 상태에 빠졌다.


‘돈맥경화’는 피가 몸속에서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동맥경화’에 빗대 돈이 시중에 돌지 않거나 개인의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의미다.


실제 의료대란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병원들이 악화된 경영지표 탓에 의약품과 치료재료 등의 대금 결제를 미루면서 관련 업계에는 돈줄이 막힌 상태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은 앞서 예고했던 대로 의약품 대금결제 기한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면서 지난 달 유통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오는 7월 말까지 대금을 결제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경영상황을 감안하면 이 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다른 대학병원들 역시 대금결제 기한을 연장했거나 지급 연기를 고민 중이라는 점이다. 의료대란에 따른 경영난이 대학병원을 넘어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대병원 외에도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도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병상·인력 운영 효율화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의대 증원 사태 이후 발생한 적자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연말까지 가면 적자 규모는 46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학술 활동비 축소 ▲해외학회 참가 제한 ▲의국비 축소 ▲진료 향상 격려금 지급날짜 조정 등을 시행 중으로, 결제대금 기한 연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대학병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제주대병원도 결국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이번 사태로 올해 6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고,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대학병원들의 대금결제가 막히면서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학병원과 제약회사 중간에 끼인 의약품 도매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적이라면 대학병원으로부터 약품비를 받아 제약회사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돈줄이 막히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제약회사들에 공문을 보내 ‘병원들의 대금 결제가 원활치 못한 상황을 감안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급 기한을 미뤄달라’고 읍소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선뜻 유통업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도매업체가 제약회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기한은 통상 3개월 이내로 알려져 있다.


의료대란 사태로 촉발된 산업계의 ‘돈맥경화’는 비단 의약품뿐만이 아니다. 치료재료나 의료기기, 각종 소모품을 취급하는 의료기기업계도 비상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표들이 집까지 내놓을 상황”이라는 절규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들의 대금 결제 연장 통보가 잇따르면서 의료기기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확산되자 협회가 나서 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영민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의료대란으로 의료기기업체가 보건의료 생태계에서 ‘슈퍼을(乙)’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기기 업체 대표들은 집까지 내놓을 상황에 처했다. 병원 대금 결제 지연 문제는 물론 할인 요구도 심해지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의료기기업계도 적극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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