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2년제, 수련기간만 늘려봐야 무의미"
대한외과학회 "의과대학 교육 개편 등 내실화 작업 병행돼야만 효과" 강조
2024.05.27 05:47 댓글쓰기



대한외과학회가 5월 25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죽어가는 필수의료 중심 외과, 시급한 소생술이 급하다'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구교윤 기자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인턴 2년제'를 두고 세밀한 교육 과정 조정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전문가들 조언이 나왔다. 단순히 수련 기간을 늘리는 것은 전공의 역량 강화에 아무런 득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턴 2년제는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인턴제 개선 정책이다. 합리적 진로 선택과 기본적 임상 역량 확보가 가능하도록 수련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필수진료과목, 일차의료 관련 수련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거론되는 시행안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2년 동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등 총 6개 과목을 각각 4개월씩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2년제 중 처음 1년은 주요 과목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고 나머지 1년은 내과와 외과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 수련시키는 방식이다.


25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대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인턴제 개선 정책이 화두에 올랐다.


"의대생 임상 실습과 중첩되지 않도록 전반적인 개편 작업 필요"


이날 패널들은 인턴 2년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교육 과정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희철 대한외과학회 부회장(전북대병원 교수)은 "인턴 수련 프로그램을 개선하려면 의과대학 교육 개편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 임상 실습과 중첩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도전문의와 같이 전공의를 가르치는 인력과 여러 행정업무를 담당할 직원들의 인건비에 대한 부분도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윤빈 정책위원회 간사(세브란스병원 교수)도 의대 실습 과정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같이했다.


정 간사는 "인턴 수련 프로그램을 2년으로 늘렸을 때 어떤 식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단순히 전체 분과 수련 기간을 2년에 나누는 형태라면 현재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부총무(여의도성모병원 교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담금질이 필요한데 수련 시간이 줄어들면 수련 기간을 늘려야 한다"며 "외과의 경우 적합한 수련체계를 갖추고 있는지에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턴 수련 프로그램 교육 주체 부재…체계적 관리 시스템 구축"


인턴제 개편에 앞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교육 주체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유희철 부회장은 "인턴 2년제를 도입할 경우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이 과정에 대한 인증은 누가 해줄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턴의 경우 이들을 교육하는 주체까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병원 내 온갖 잡무만 떠맡은 채 1년을 허비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탓에 단순히 수련 기간을 2년으로 늘릴 경우 업무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익용 보험이사(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은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회라든지 분명한 주체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종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논의 없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식은 문제다. 일방적으로 수련 기간을 늘리는 것에는 반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확실한 재정 확보 방안 마련해야"


이날 패널들은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에 대해서도 재정 확보가 관건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는 전공의 수련과정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모두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정부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 확대 내용을 담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4대 우선과제로 내세우는 등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희철 부회장은 "전공의 1인당 1년에 1억원 정도 수련비용이 들어간다. 국가가 전체 전공의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 총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 책임제를 시행하려면 우리가 예측한 비용보다 더 많은 재정이 소요될 수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비용 산출이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필요한 재원은 확실한 형태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책임제에 대한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은 "국가책임제라는 표현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정부에서는 지원을 했기에 반대로 통제를 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궁극적으로 전문의로서 자긍심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중요"


패널들은 궁극적으로 전문의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근 부총무는 "외과 의사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책임제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가 정상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희철 부회장은 "외과 전공의 지원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전문 취득 후에도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과와 비교해 고위험도 고난도 수술이 많지만 저평가돼 있어 대우가 좋지 않은 점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과 전문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 따라 여러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익용 보험이사는 "필수의료 분야 붕괴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수가지만 단지 수가 보전 차원으로만 접근하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프라에 맞는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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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05.30 09:10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잖아 ㅋㅋㅋ 뭔 수련 퀄리티가 어쩌고...이 나라 정부는 어떻게 숫자만 급급하게 채울 생각을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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