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병원 핵의학과 손혜주 교수팀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비유전적 생활습관 요인이 유전성 치매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성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나이가 단순히 유전적 요인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개인이 노력해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우성 유전 알츠하이머병(Autosomal Dominant Alzheimer’s Disease, ADAD)은 일반 치매보다 이른 30대~50대에 발병하며, 전체 알츠하이머 환자의 1%도 안되는 매우 드문 유형이다.
이 병은 특정 치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부모와 비슷한 나이에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잘 해내는 능력을 말하지만 치매 연구에서는 뇌 손상이 있어도 기억력과 사고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기존 연구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게 일반 노인들의 치매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다만 유전성 치매에서도 이러한 비유전적 생활습관이 증상 발병 나이를 늦출 수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DIAN 연구는 유전성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임상 및 인지 검사, 뇌 영상, 혈액 샘플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대규모 임상 연구다.
연구에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 메이요클리닉, 호주 신경과학 연구소, 독일 뮌헨 대학교를 포함한 세계 10개국, 20개 이상의 치매 연구기관들이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기관이 발표한 최초의 DIAN 연구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연구팀은 유전성 치매 환자와 가족 529명을 임상·인지 검사, 뇌척수액에서 측정한 타우 단백질 수치, 운동, 사회 활동, 삶의 경험 및 행동 양식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타우 단백질 수치가 높아도 인지 기능을 유지한 ‘높은 회복탄력성 그룹’은 치매 증상 그룹보다 인지적으로 활발한 삶을 살았다.
성실성,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사회적 협력 및 이타적 태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경험은 발병이 임박한 후기 전임상 시기에서도 치매 발병 연령을 늦추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성실성 지표는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평가하고 미래 치매 발병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손혜주 교수는 “성실한 삶을 선택하고 지속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위치와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성실성은 개인 의지와 노력으로 조절 가능한 중요한 치매 예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AAN, 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공식 학술지인 Neurology(IF(인용지수): 7.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