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민간형 공익병원을 표방하는 경기 구리시 원진녹색병원이 건물주 강제집행으로 폐쇄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재 일부 시설은 가동 중이나 환자 진료는 물론 행정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병원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18일 데일리메디 취재를 종합하면 원진녹색병원이 지난달 24일 임차 중인 건물 주인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했다.
강제집행이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가 국가권력으로 그 의무를 강제로 이행시키는 법적 절차를 말한다.
원진녹색병원이 건물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아 건물주가 민사집행법에 따라 강제 퇴거 조치를 취한 것이다.
18일 오후 기자가 찾은 병원은 후문을 제외하고 시설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특히 기존 환자에 한해 진료가 가능했으나 병원 이용이 제한되면서 환자 대부분은 다른 병원을 찾아야하는 상황이었다.
병원 및 인근 상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강제집행은 병원 측 임대료 체납에서 비롯됐다.
실제 건물주 측이 병원 출입문에 부착한 안내문을 보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안내문에는 "남양주지원 2022 본 947호로 강제집행을 진행 중이다. 본 건물 임대차 계약은 2019년 9월 30일 종료됐으나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원진녹색병원 직원, 입원환자는 본 건물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강제집행으로 인한 환자 손해는 채권자와 관련이 없으며 입원환자는 자진해 전원하시기 바란다"고 써 있다.
원진녹색병원은 원진재단 부설 병원으로 '건강한 몸, 건강한 노동, 건강한 사회'를 기치로 민간형 공익병원을 표방하고 있다.
원진재단은 원진레이온(주)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치료하기 위해 1993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원진녹색병원'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을 운영 중이다.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단식 투쟁 중 건강 악화로 입원한 병원이기도 하다.
원진녹색병원은 1999년 40병상 규모로 시작해 현재 103병상 규모로 확대됐으며 내·외과를 비롯해 재활센터와 건강검진센터를 두고 있다.
2016년부터 재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작해 2023년부터 국내 최초 전(全) 병동을 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원진녹색병원은 1999년부터 성림스포츠센터 건물을 임대해 25년째 병원을 운영해 왔으나 최근 임대료 체납이 계속되면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밀린 임대료는 약 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물주 측은 일찍이 병원 측에 임대차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입장을 조율해 왔으나 실패했고, 최근 법원 판결이 나오자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원진재단 측에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이라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은 없다. 재단 적립기금이나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자금을 수혈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나 이조차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단 측은 사태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강제집행이 이뤄진 후 원진녹색병원 김미정 병원장은 안내문을 통해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상황을 전했다.
김 병원장은 "건물주와 명도소송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병원 진료 공간 폐쇄라는 초유의 상황을 막지 못한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전을 준비하고 있고 이전 시기는 2026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병원이 새로운 위치로 이전하기까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원진녹색병원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병원은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고, 건물주와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구교윤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