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약속한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관광·섬 특성 반영 '진료권 분리' 공식화…병원계 "선(先) 응급의료체계 확립"
2024.12.28 07:09 댓글쓰기

전국 17개 시·도 중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유일한 지역인 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는 대통령이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공식화하면서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와 교육이 뒷받침되는 살기 좋은 제주’를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제주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조치로 보건복지부의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검토를 언급했다. 


앞서 국회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2022년 제주도민들의 관외 진료를 떠난 환자는 14만1021명으로 전년 대비 18.6%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이들이 의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연간 2393억1000만원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이 자료에서 최근 10년간 도민의 관외진료비는 2013년 814억원이던 것이 2393억원대로 194%나 늘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정부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차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섬이라는 특성, 많은 관광객 등 제주도 상황을 고려해 진료권역을 재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도 내 의료환경과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지역 차원의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제주도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1월 7일과 8일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각각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을 방문, 제주 지역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현장 관계자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번 현장방문은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 지정 관련 현장점검과 함께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 차관은 비상진료 및 응급의료 유지 등 일선에서 대응하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고, 의료현장의 의견과 애로사항 등을 경청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제주도의 섬이라는 특성과 관광객이 연간 약 1300만명이 방문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권역분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을 통해 제주도 내에서도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의 확립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政, 진료권역에서 분리 검토…일부 “서울만 상대적 불이익” 불만도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종합병원 중에서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대비 5%포인트 높은 15%의 가산수가를 적용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5기(2024년~2026년) 상급종합병원 47개소를 지정했다.


정부는 ‘진료권역’을 나누고 ‘소요병상’을 산출해 전국 상급종합병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 지정을 위한 진료권역은 지역별 인구수,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 의료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 11개로 구성됐다. 


진료권역은 인구수 100만명 이상, 자체충족률(해당 권역 거주 환자의 해당 권역 소재 의료기관 이용 비율) 40% 이상, 환자 이동 거리 120분 이내 등이다.


서울, 경기(서북/남),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동/서) 등으로 제주도는 서울권역에 포함됐다.


제주도 소재 유일한 대학병원인 제주대병원은 지난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지역 최초로 도전장을 던졌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는 ‘서울권역에 묶여있는 제주도를 별도 권역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가 서울권역에 포함된 현 기준에서는 제주도 내 종합병원들이 서울 대형병원들과 경쟁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역별 소요병상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 권역에 있던 제주도를 독립시키면 서울 권역 소요병상이 줄어들어 그만큼 서울권역 상급종합병원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제주권역 신설이 현실화되면 서울 소재 대형 의료기관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주권역 분리에 따라 제주대병원은 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큰 경쟁 없이 지정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병원계 반발도 예상된다. 앞서 일부 권역 종합병원들 사이에서는 ‘권역 분리 때문에 타 권역 상급종합병원보다 점수가 높음에도 지정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병원계에선 대통령의 권역분리 언급 이후 정책연구를 두고 “너무 쉽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러온 부작용을 생각지 않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제주도 지역엔 관광지 특성상 상급종합병원보다는 응급의료체계를 강화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됐다 하더라도 암 등 중증환자는 보다 규모가 큰 서울 및 수도권 의료기관에 입원 및 수술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실무부서 “권역 분리돼도 지정 어려워…제주대병원도 지정기준 미충족”


권역을 분리한다 해도 제주지역 내 의료기관은 지정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만큼 현재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 공모에 신청한 제주대학교병원의 경우 지정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만약 권역 내에서 기준에 부합하는 병원이 없을 경우 전국권역으로 넘겨 다시 선발한다. 결국 수도권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조귀훈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해당 권역에서 지정 병원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전국권역으로 넘겨 다시 심사를 하게 된다. 결국 (제주권역에서 기준을 맞추는 병원이 없을 경우) 수도권 병원이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야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포함한 추진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한다. 해당 결과를 기반으로 진료권역의 적절성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진료권역 외에도 변화된 의료환경에 맞는 상급종합병원 역할 재정립 및 지정 후 관리체계 강화, 성과보상 방안 검토, 지정·평가 지표 개선 등 제도 전반을 검토한다.


조 과장은 “6기 지정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 권역에 대해 제주권역 분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권역 전반에 대해 검토코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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