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 의료계 '사제(師弟)'…"수련 방식도 바뀌어야"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 "일본 도제식→독일 계약식 전환" 제언
2025.03.24 05:17 댓글쓰기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한 서울의대 교수 4명의 작심 비판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을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계기로 삼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국내 의료사(史)에서 가장 격렬한 저항으로 기록되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투쟁의 선봉에 섰던 선배의 제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18일 SNS에 글을 올려 “어제 오늘 참 슬픈 날”이라며 “스승과 제자 간 공방에 공감가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함부로 말하는 일부 전공의와 교육에 관심 없는 일부 교수 때문에 사제지간 갈등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냉정하게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와 전공의는 더 이상 유교적 사제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도제식 수련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십년 관행화된 일본식 문화 청산하고 시대적 흐름 맞는 방식으로 변화 필요"


사회적 환경과 구성원 인식이 변화한 만큼 수련현장에서도 수십년된 일본식 도제문화를 청산하고 시대적 흐름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용진 교수는 “물론 아직도 제자를 이끌어 주고 그런 스승을 존경하길 바라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에게 그런 관계를 강요할 수는 없는 시대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지식·술기·태도가 부적합한 전공의를 걸러내고, 능력이 없는 교수는 가르칠 수 없도록 계약관계에 맞게 수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수련제도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첫째, 일본 도제식이 아닌 독일 계약식으로 수련제도 패러다임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차별로 필수 획득 점수 제도를 강화하고 전공의가 연차별로 이동 수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그래야 서열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견해다.


전공의가 수련병원과 교육자를 선택할 수 있지만 평가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교수도 전공의가 수준에 미달하면 과감하게 유급시킬 수 있는 수련환경이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용진 교수는 “교수에게 밉보이면 제대로 교육받기 어려운 도제식 수련방식을 과감히 타파하고 상호 건전한 평가에 기반한 독일 계약식 수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필수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점수제도, 주당 근무시간 같은 노동시간 규제 예외"


둘째, 필수로 획득해야 하는 점수제도는 주당 근무시간 같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8시간이 넘는 수술도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고 수술한 환자를 밤 새워 돌볼 수 있는 직업정신을 실천하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다.


물론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과중한 업무를 시켜온 관행은 청산해야 하지만 이를 바로잡고자 과도한 수련시간 단축이 계속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권 교수는 “교수는 밤낮 없이 수술하고 전공의는 8시간 마다 교대하는 수련제도는 지식과 술기, 직업 정신도 가르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교수 임용의 필수조건인 ‘박사학위’라는 걸림돌 제거를 제안했다.


단편적 학위 취득 여부가 아닌 전임의 과정, 수술건수, 논문실적 등 해당 분야에 실질적 전문성을 대변하는 다양한 기준들이 교수 임용의 필수조건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의사가 전문의 자격이 있으면 됐지 왜 박사학위를 가져야만 교수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나 역시도 그 의문에 절대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사학위라는 필수조건 때문에 전공의들이 교수에게 더 종속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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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깜배 03.24 10:16
    환자 진료를 하지 않던 자(의사)는 제발 입을 다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 gd 03.24 07:36
    바껴야 -> 바뀌어야
  • 기자 03.24 07:51
    제목이 길어져서 줄임말로 표기했는데요.

    표준어는 바뀌어야가 맞습니다.

    관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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