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는 세월 경남 지역 ‘외과수술 메카’로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진주제일병원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모든 준비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의료진, 장비, 시설 등 하드웨어는 물론 내‧외부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선까지 지역 종합병원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진주제일병원은 1966년 개원 이래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 어떤 고행도 기꺼이 감내했다.
외과 의원으로 출발한 만큼 야간이나 휴일에도 수술을 멈추지 않았다. 종합병원으로 거듭난 1981년에는 응급수술이 가능한 경남의 유일무이한 병원이기도 했다.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승승장구했지만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새로운 술기에 도전했다.
개복수술이 주를 이루던 당시 개념 조차 생소했던 ‘복강경 수술’에 주목했다. 배울 곳도 없었기에 진료 후에는 비디오 테이프로 술기를 익히고 돼지로 연습을 거듭했다.
드디어 1993년 4월 경남 최초로 복강경 담낭 절제술에 성공하며 진주제일병원의 복강경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 이 병원 외과계 수술의 98%가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환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진주제일병원은 다른 병원들이 기피하는 영역도 환자를 위해 마다하지 않았다.
힘겨운 외과 중에서도 손실이 가장 큰 ‘화상센터’를 한치의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치료받을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게 이유의 전부다.
최근에는 비만대사수술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하며 경남 지역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을 제공하고 있다.
수술을 할수록, 응급실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는 여전히 큰 위협 요소이지만 한탄만 하기보다 보다 적극적으로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로 했다.
마침 지역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제도 개선 및 지원이 예고된 만큼 수술은 물론 지역에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병원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내과 외과 의료진을 36명까지 확충, 진주제일병원 전체 의사 수는 70명을 넘어 섰다. 간호사를 비롯 지원 인력도 6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로써 비슷한 규모의 병원에 비해 전문의 수가 환자 1인당 1.7배를 넘어섰다.
특히 기존 소화기, 순환기, 신장내과에 호흡기, 내분비, 혈액종양내과 의료진을 잇따라 초빙하며 각 센터별 진료 역량을 배가시켰다. 현재 내과 전문의만 17명이다.
의료장비와 시설에 대한 투자도 이뤄졌다. 이미 의료계에서 내로라하는 수술 수준과 능력을 보완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로봇수술실과 AI 기반의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했다.
여기에 새롭게 확장 개소한 인공신장센터는 혈액투석 적정성평가에서 경상대병원과 함께 1등급 센터로 평가되며 호평을 받고 있고, 최첨단 심뇌혈관 영상시술센터 증축도 계획 중이다.
동일 규모 병원 대비 전문의 수 1.7배 등 총 의료진 70명
장비·시설·시스템에 과감한 투자, 지역주민에 최고급 의료서비스 제공
제일병원은 최근 제44회 개원 기념식을 갖고 탄탄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5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우선 지역 연계 의료사업을 통해 향후 집에서 진료를 바라는 고령환자나 노약자 대상 방문지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건강검진센터 전문성을 강화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을 제공, 지역주민들이 ‘오진 걱정 없이 찾을 수 있는 서부경남 제일의 종합병원’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상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기반이 되는 내부 만족도 제고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제일병원은 직원들의 안정된 고용과 국민연금 수급까지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퇴직 후 1년 연장계약에 원하는 경우 2년 추가 파트타임 근무도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격무에 따른 업무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근무 중 안마제도를 보강하고, 다양한 유연근무제와 휴가사용 방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철 병원장은 “지역 필수의료 붕괴 저지선 역할을 수행해 온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보다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 수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질환에서 보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지역 포괄 2차 병원을 지향한다”며 “진주제일병원의 새로운 도약을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