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의료기관 개설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의료계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병상 과잉 공급을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할 뿐 아니라 공공병원 실효성 확보 실패의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논란의 단초가 된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 인근에 종합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개설 주체에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른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허종식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이 연간 1억600만명에 달하는 수용 능력을 가진 세계적 규모의 공항임에도 열악한 의료 인프라가 지적되고 있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대형 항공사고나 국제적 감염병 확산 등에 대비해 공항 인근에 종합병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의료법상 공기업에 해당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의료기관 개설 주체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의료기관 개설권을 부여해 공항 인근에 직접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기관 개설 주체 확대에 난색을 표했다.
정부가 병상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그것도 병상 공급제한 지역에 의료기관을 개설토록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복지부가 내놓은 2027년 병상수급 분석 결과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시와 인천중부권 모두 공급제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고나 감염병 등은 기존 의료기관 기능 강화 등 국내 외상·응급의료 및 공공의료 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인근 종합병원 설립은 수도권 의료기관 편중을 심화시킬 수 있고, 인근 상업 시설 난립 등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의료기관 설립 권한 확대는 의료 영리화를 부추기고, 사무장 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은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상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 설립권이 있는 자가 공항 인근에 의료기관을 설립하면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입법 취지와 달리 모든 공기업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게 될 경우 불필요한 공공병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도 우려를 표했다.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 30km 떨어져 있어 사상자 발생 시 이송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점은 공감하지만 공기업의 의료기관 개설 주체 추가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수석전문위원은 “공기업은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가운데 영리 목적이 강하다”고 영리화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어 “공기업을 의료기관 개설 주체에 추가하는 방안은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 체계와 연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