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지역의사제'…직업선택 자유 침해일까
박지용 연세대 교수 "공익 실현 목적 등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 침해 아니다"
2025.06.12 06:07 댓글쓰기

이재명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법학계에서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제도”라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아직 관련 사안에 대한 의료계와의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과거 더불어민주당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전례가 있어 향후 추진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는 정책으로 꼽힌다.


최근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연구(연세대 법학연구원)에 게재된 ‘지역의사제에 관한 법정책 소고’ 논문에서 “지역의사제는 공익 실현을 위한 입법 목적과 수단 간의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헌법상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해당 논문은 대선 공약 발표 이전에 공개된 것이지만 법학계 분석은 향후 지역의사제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헌법적 검토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지역의사제는 장학금 등 혜택을 받은 의대생이 의료취약지에서 일정 기간(최대 10년) 의무복무하는 구조다.


정부는 현재 4개 광역지자체(강원·경남·전남·제주)를 대상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며, 복무 대상 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이다.


박 교수는 군법무관 복무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들며 “자발적 계약 기반에서 운영된다면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학계는 제도 실효성과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명확한 법률적 근거 마련 ▲유형별 제도 설계 ▲지역 복무기관 환경 개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일본, 호주, 독일 등의 비교법적 사례를 통해 복무 조건 유연성 확보, 불이행 시 제재 규정 마련, 지역 의료기관 인프라 확충 등을 법제화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법적 쟁점으로는 ‘직업선택 자유’ 침해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군법무관 제도처럼 사전에 자발적으로 의무복무 조건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위헌 소지는 줄어든다”며 “단순 강제가 아니라 장학금 및 경력 개발 등 충분한 인센티브와 함께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위헌성 등 지역의사제 반발 


의료계는 제도 위헌성과 실효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2023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은 포퓰리즘적 치적용 정책에 불과하다”며 더불어민주당에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특히 공공의대 입시와 관련해 “이미 폐지된 의학전문대학원과 유사한 불공정 문제가 재현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요 쟁점은 의무복무 조항의 위헌 가능성이며, 실효성 측면에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대전협은 “공공의대법 제26조 2항에 따르면 정부는 특별한 사유 없이 임의로 의사를 원하는 지역에 배치할 수 있어 자발적 지역 정착이라는 입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와도 수련과 근무환경이 열악하면 양질의 의료는 불가능하다”며 “의무만 부과하고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공공의료 질은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병원 수련환경 개선 및 사법 리스크 완화, 필수의료 인력 보호 장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서울시의사회도 “공공의대 학생 선발은 형평성과 공정성 모두에 문제 소지가 크고,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 법안을 정당한 논의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의료 위기를 단순히 인력 배치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의대 vs 지역의사제…의료계 내부 시각도 엇갈려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공의대보다 기존 의대 인프라를 활용하는 지역의사전형이 “더 실용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의대 추진으로 인한 재정·운영 부담 대비, 지역의사전형이 현재 의료 체계 내에서 실효성과 현실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분석이다.


김유일 대한의학회 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의사 전형은 기존 교육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공공의대 설립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의대는 설립 이후에도 운영비, 교수 인건비 등 지속적인 재정 부담이 예상되며, 의무복무 이행률 저하 등 실효성 측면에서의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립의대 설립에는 최대 3600억 원이 소요되며 이는 동일한 예산으로 약 2만5000명의 지역의사전형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김 이사는 일본·대만 사례를 언급하며 “복무 이탈, 대도시 유출, 지역 정주 환경 부족 등은 공공의대든 지역의사제든 공통된 한계”라며 “복무 이행 담보책과 지역 정착 유도 장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우수인재 확보와 수련 환경 개선, 지역의료 전달체계 강화 등 다층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