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을 필두로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양성자 및 중입자 치료기 도입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가 장비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정밀 치료 효과와 보험확대 등 환자 수요를 바탕으로 차세대 암 치료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는 의료계 전반에서 의료수입 성장세 둔화 속에서 고부가가치 진료 분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과도 맞물린다는 시각이다. 

현재 양성자치료기를 실제로 운영 중인 빅5 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12월 일본 스미토모사의 장비를 도입해 2016년부터 치료를 시작했으며, 현재 2개의 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콘빔 CT, 초고속 라인스캐닝 방식 등을 활용해 치료 정확도를 높였고, 2024년 기준 누적 약 9만 건의 치료를 달성했다.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치료가 이뤄지는 등 수요도 꾸준하다.

또 국립암센터가 2007년 양성자치료기를 최초 도입해 치료를 시작했으며, 저소득층 대상 치료비 지원사업과 함께 회전형 2기, 고정형 1기 등 총 3개의 치료실을 운영 중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독립형 양성자치료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2028년 목표 도입 박차

서울성모병원은 2028년 양성자치료기 운영을 목표로 최근 벨기에 IBA사와 장비 도입 계약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국내 세 번째 양성자치료기관이 될 전망이다. IBA 장비는 회전조사 기능이 포함돼 향후 의료수가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은 양성자치료기 대신 중입자치료기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 4월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개시했고, 2024년 5월부터 회전형 치료기 1기를 가동 중이다. 2025년에는 총 3개 치료실을 모두 운영해 연간 약 1200명의 암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25년 4월, 일본 도시바ESS-DK메디칼솔루션 컨소시엄과 중입자 치료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본원에 중입자 치료 시설을 건립 중이며, 회전형 치료기 2기와 고정형 치료기 1기를 갖춰 2031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은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부산 기장군에 중입자 치료 병원을 건립 중이다. 2024년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7년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거점 병원 양성자치료기 도입 가세

이외에도 지역 거점병원들도 양성자치료기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2029년 5월 개원을 목표로 양성자치료센터를 건립 중이며, 울산시는 시립암센터를 통해 양성자치료기 2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익산시는 원광대병원과 협력,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치료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한 고려대의료원도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추진 중으로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원리를 이용해 방사선을 암세포에만 집중시켜 주변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소아암·간암·두경부암·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중입자 치료 역시 같은 원리를 활용하지만 탄소 등 더 무거운 입자를 사용, 보다 강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양성자 및 중입자 치료 모두 장비 구축 및 유지비용이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만큼,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와 적용 범위 확대는 병원계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 모두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릴 만큼 효과가 탁월하지만 수익성 확보 없이는 도입이 쉽지 않다”며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의료기관들이 입자치료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는 이유는 고도화된 치료기술 확보를 통해 미래의료 경쟁력을 강화코자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재민 기자 (jojo@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