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이래 ‘고속터미널 생활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누려온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반포 고속터미널의 대대적인 재개발로 또 한 번 모멘텀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 숙원 사업이던 ‘터미널-병원 지하 연결 통로’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최소 1000억원대 비용 및 기술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병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병원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병원의 오랜 숙원인 ‘지하 연결 통로’ 문제는 막대한 비용 탓에 당장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60층 랜드마크와 지하 환승센터… 병원 접근성 ‘지각변동’

19일 서울시와 의료계에 따르면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최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최고 60층 내외 주상복합 빌딩으로 재개발하는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핵심은 터미널 승강장의 지하화와 지상부의 주거·상업·문화 복합시설 조성이다.

이번 재개발은 장기적으로 서울성모병원의 ‘진료 지형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버스를 이용한 지방 환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터미널이 지하화되고 지하철(3·7·9호선) 환승 동선이 정비되면 환자들의 병원 접근성은 한층 수월해진다.

500억원이 1500억원으로 급증…사평천과 인플레이션 극복 과제

자연스럽게 터미널과 병원을 잇는 ‘지하 보행로’ 연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환자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육교를 이용,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이동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병원 측은 현실적인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009년 새 병원(현 본관) 건립 당시 지하 연결을 검토했으나, 당시 추산 공사비가 500억원을 상회해 비용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문제는 현 시점 공사비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9년 대비 건설공사비지수는 약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시멘트·철근 등 핵심 자재 가격 폭등(자재비 쇼크)과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단순 환산으로도 공사비는 1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설상가상으로 공사 난이도 역시 만만찮다. 병원과 터미널 사이 도로(사평대로) 지하에는 과거 ‘사평천’이 흐르던 곳을 덮은 복개 구조물이 존재한다.

하천 복개 구조물 아래로 통로를 내는 특수 공법이 필요한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강화된 안전 관리 비용까지 더해지면 총공사비는 최대 15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 관계자는 “아직 재개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도로 하부를 뚫는 비용을 병원이 전액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면, 1000억 원이 넘는 재원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서울시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고 시 차원의 지원이나 연계 방안이 있어야 구체적인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개발 공사 기간 동안 교통 혼잡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서울성모병원 앞 사평대로와 반포대로는 지금도 상습 정체 구역으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 구급차 진입 등 응급환자 접근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호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재개발 계획안에는 터미널 승강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공원 및 복합 시설로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맞물려 고속버스가 지하로 다니게 되면 병원 주변 만성적인 교통 체증과 매연, 소음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터미널이 지하화되고 지상 교통 흐름이 개선된다면 장기적으로 병원 접근성은 좋아질 것"이라며 "특히 대규모 주거·상업 시설이 들어서면 배후 인구가 늘어나 병원 경영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SRT 수서역 개통 후 인근 병원들의 지방 환자 유입이 급증했듯이, 고속터미널 현대화는 서울성모병원의 전국 장악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교통 혼잡이나 소음 등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