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과 싸우는 의사들 충정 헤아려 달라"
김택우회장 "제2 의료사태 우려" 이성규회장 "의료전달체계 근본적 재검토"
2026.01.01 17:47 댓글쓰기



[左] 김택우 의협회장, [右] 이성규 병협회장

의료계 양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수장이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에 우려를 표하며 병오년(丙午年) 새해도 녹록찮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의료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정책과 제도들이 ‘제2 의료사태’를 우려하게 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불합리한 관리급여 지정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 △한의사 X-ray 사용 시도 △성급한 의대 신설 논의 등을 지목했다.


"정부와 국회가 지역·필수의료 살리겠다며 내놓은 방안, 현실과 괴리감 커"


김 회장은 “최일선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일차의료 생존을 위협하고, 의사에게 부여된 처방권과 진료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법이 규정하는 면허 범위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심각한 개악”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일방적으로 내놓은 방안들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질적인 저수가, 과도한 업무강도, 반복되는 사법 리스크 등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인력을 억지로 배출하는 게 아니라 의료인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을 향해서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의사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 회장은 “의사들이 투쟁하는 이유는 잘못된 정책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경고해야 할 때 경고하고, 막아야 할 때 막는 게 의료인 의무이자 양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악법, 악제도와 싸우는 의사들 충정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는 “전문가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올바른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며 “독단적 정책으로 의료계와 각을 세우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 전면 재설계 필요"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인력, 건강보험 제도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촉구했다.


그는 “전공의 복귀 이후로도 의료현장 위기는 여전하다”며 “물가·인건비 상승,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지역·필수·응급의료 위기가 병원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저출산·초고령사회 △환자 쏠림과 의료 양극화 △급변하는 기술환경 등이 병원 경영과 의료체계에 중대한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병원계는 거센 파도 앞에 선 상황”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시급한 과제는 의료전달체계의 근본적 재검토”라고 설파했다.


의료기관 간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 구조 속에서 수익이 되지 않는 필수 영역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병상과 고가 의료장비는 과잉 투자로 비효율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및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 의료계와 시민사회 협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구조와 생활 방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의료제도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며 “의료는 경쟁이 아니라 '조화와 분담'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인력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접근을 주문했다. 


지역 단위·전문과목별 수요 예측과 중장기 인력 공급 전략이 병행돼야 하며, 적정 보상과 함께 사법 리스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필수의료는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 의료인력들이 사법적 위험 부담으로 필수의료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서는 “이제 결단의 시점”이라며 경증진료에 대한 무분별한 혜택은 조정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책임 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한국형 입원환자 분류체계인 KDRG가 환자 임상적 복잡성과 자원 소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포괄수가 기본 틀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의료중심 요양병원의 간병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현장 적용이 가능한 대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의사가 없어 문 닫는 현실”이라며 “필수의료 수행기관의 적자 보전과 인력 양성·수련 인센티브를 결합한 패키지 정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 재원 구조 개선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재정 투입 확대와 지역 중심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별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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