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산업계, 디지털헬스 특별법 '충돌'
"의료체계 근간 위협 반대" vs "국가 경쟁력 강화 찬성"
2026.01.13 12:47 댓글쓰기



디지털헬스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기치로 추진 중인 ‘디지털헬스산업 특별법’을 두고 의료계와 산업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를 무분별하게 상업화한다’며 우려하는 반면 산업계는 ‘국가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디지털헬스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개인건강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디지털헬스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에는 국가가 디지털헬스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할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개인건강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법안에 따르면 5년마다 디지털헬스산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인력 양성 및 국제 진출 지원 체계 구축, 우수기업 인증제 도입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개인건강정보의 가명처리 근거를 명확히 하고 전송요구 대상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데이터 활용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개인건강정보 활용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이해관계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규정해 정보보호와 산업 활용 간 균형을 도모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보건의료 특수성을 간과한 채 산업 논리만을 우선시해 환자안전과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크다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협은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상업적 가명처리' 허용 조항을 핵심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개인건강정보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전문지식을 활용해 생산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정보 생산자의 권리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수집 최소화 및 목적 명확화 원칙에 따라 개인건강정보를 더욱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특별법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안이 디지털헬스서비스 범위에 의료법 상 의료행위와 약사법 상 조제 및 복약지도를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의협은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본질적인 의료행위 전반을 산업적 서비스의 범주로 재정의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의료행위가 지닌 공공성과 비영리성 훼손은 물론 향후 대통령령 위임을 통해 유사 의료행위 확대나 플랫폼 기반 의료의 우회적 합법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책임 소재와 비용 전가 문제도 지적했다. 제3자 전송요구권 등으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보안 사고 피해는 국민이 입는데 정작 의료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은 미비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적법하게 데이터를 전송한 경우 이후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명확한 면책 규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명정보라 하더라도 개인의 정보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가명처리 피해 발생 시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거버넌스의 부적절성도 지적했다.


디지털헬스는 환자 보호와 임상적 안전이 핵심인 보건의료 영역임에도 정책 수립과 위원회 운영 전반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도록 설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산업 육성 중심 부처가 정책을 주도하면 환자 권리와 안전성 확보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며, 기존 보건의료 거버넌스와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조제‧복약지도 포함, 위험한 접근”

“주무부처 복지부 아닌 산자부 부적절”

“산업계 숙원, 이번엔 기필코 법제화”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는 의료계와는 달리 산업계는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만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체계적 육성과 지원을 위한 법적 기틀 마련에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를 비롯해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한국건강데이터연구조합,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등 주요 5개 협·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해당 특별법을 지지했다.


현재 디지털헬스산업은 고령화 등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 혁신을 통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핵심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지원 근거가 부족하고 규제 '그레이존(Gray Zone)'이 존재해 체계적인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발의된 특별법은 이러한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데이터 활용’과 ‘보호’의 균형점 마련이다. 법안은 산업의 핵심 자원인 개인건강정보의 가명처리 근거를 마련하고 전송요구 대상 범위를 명확히 했다.


또한 데이터 활용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이해관계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국가 책무를 명시함으로써 정보주체 보호와 산업적 활용의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산업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복합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건강 증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국회 차원의 초당적 협력과 논의를 통해 법안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돼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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