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답보 상태에 놓인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료계에 다시금 긴장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방침을 정한 후 4년이 지났지만 의료계의 강한 저항에 막혀 아직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을 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유관단체들과 특수의료장비 제도 관련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각계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논의의 핵심은 특수의료장비 제도 중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다. 해당 제도는 오랜기간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돼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는 해묵은 논제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 5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소규모 의료기관 장비설치에 따른 남용, 공동병상 동의 거래 및 중복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규정 상 MRI는 200병상 이상, CT는 시지역 200병상 이상, 군지역 50병상 이상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의료기관과의 병상 합계가 이 기준을 충족해야 설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공동활용병상제가 고가의료장비 과잉에 따른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과감하게 폐지키로 했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CT와 MRI 촬영건수가 OECD 평균에 비해 1.5배에서 2배까지 많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제도가 폐지될 경우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은 CT나 MRI 설치가 불가한 만큼 개원가는 1차 의료기관의 특수의료장비 신규 도입을 막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제도 개선은 답보 상태를 거듭했다. 물론 복지부도 나름 노력은 했지만 잦은 인사교체와 외부요인 개입 등이 겹치면서 진척을 이뤄내지 못했다.
실제 복지부는 폐지 발표 후 1년여가 지난 2023년 4월 상반기 중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시 복지부는 의료계 입장을 고려해 공동활용병상제 폐지 후 ‘유예’ 등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급적용 불가 등 구체적 방안도 언급했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에 공동활용병상제 폐지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 사이 담당 부서인 의료자원정책과 과장이 교체됐고, 다시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22년 폐지 선언 후 4년째 제자리
엇박자 행정에 진료현장 혼선만 가중
개원가 반발 여전…병상 아닌 의사수 제안
이런 와중에 2024년 3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도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취약지 배려를 위해 군 지역 CT와 MRI를 늘리겠다며 ‘특수의료장비 설치 인정기준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24년 10월 ‘CT의 군 지역의 설치인정 시설기준을 100병상에서 50병상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 등이 담긴 혁신안이 마련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제 폐지 발표 후 수년동안 결론을 내지 못해 혼란한 상황에서 갑자기 군 지역 기준 완화까지 더해져 혼란이 커졌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공동활용병상제 폐지와 관련해 현장 혼란과 우려가 몇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번에 다시금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병원계는 조건부 찬성 분위기다.
대한병원협회는 복지부와의 간담회에서 ‘공동활용제도 폐지’에는 찬성하지만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와 동시에 의료현장에 정책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예외기준이 많은 경우 다양한 변수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의료전달체계 관점에서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해 예외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개선에 직격탄이 예상되는 개원가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정형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등 특수의료장비 사용 비율이 높은 진료과목 개원가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공동활용병상 페지로 의원급이나 소규모 병원에서 CT‧MRI 검사 장비를 보유할 수 없다면 방문 환자가 줄어 의료전달체계는 더욱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협의회가 2년 전 CT‧MRI 등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제 폐지에 대한 대국민조사 설문조사 결과 ‘반대’ 답변이 96%에 달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개원의는 “CT·MRI 신규 진입을 제한하면 10년 뒤에는 대형병원에서만 관련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국민 선택권 차원에서도 개원가에 설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CT, MRI 설치기준을 병상이 아닌 의사 인력으로 해달라는 내용의 요구안을 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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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의료장비의 사용량이 높은 정형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의 전문과 전문의 4~5명을 보유한 병·의원에 CT·MRI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제안이다.
의협은 “개원가에도 5~6명의 전문의를 보유하고 종합병원 못지않은 진료를 하는 곳들이 있다”며 “이런 곳들까지 CT·MRI를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예전처럼 CT·MRI 촬영 비용이 높지 않아 개원가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1대 이상 설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를 굳이 병상 수로 막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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