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환자도 ‘응급실 뺑뺑이’…정형외과 수술 공백
대한정형외과학회, 상급종병 구조전환 정책 부작용 지적
2026.03.13 10:53 댓글쓰기



연간 3조30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치료에 주력하도록 하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중증환자의 치료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증도 산정의 잘못된 설계로 인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환자들이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회장 김학선)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 이후 고령 고관절 골절환자의 응급실 뺑뺑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관절 골절은 고령환자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중증질환으로, 수술이 지연될 경우 폐렴·욕창·심혈관계 합병증 등 2차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 노인인구 1000만명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관절 골절환자는 2014년 3만1629명에서 2023년 4만1809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고관절 골절환자가 수술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저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환자의 경우 중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인력 부족 및 수술실 배정 축소로 즉각적인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는 이러한 배경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연계된 중증도 산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70%까지 높여야 하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암 수술은 이에 해당되는 반면 정형외과의 고난도·고위험 수술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이 구조전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문진료질병군 중심으로 수술 구조를 재편하면서 정형외과 영역 수술방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관절 주위 골절 및 악성 연부조직 종양과 같이 실제로는 고위험·고난도 수술임에도 행정적 분류상 일반진료질병군으로 포함되는 사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는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지도전문의 873명 중 133명이 사직해 사직률은 15.2%에 달했다.


특히 지방 대학병원 사직률은 19.1%로 급증하며 지역의료 공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장기적으로 대학교수를 희망하는 비율은 27%에 그쳤고, 외상·골절 전공 희망자는 5%, 소아·종양 분야는 2%에 불과했다. 


응급수술 분야 기피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수가, 의료소송 위험, 고난도 수술 대비 보상 부족 등이 지목됐다.


소아 정형외과 분야도 심각하다. 소아 골절 및 성장판 손상은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소아 정형외과 전담 교수가 부족해 수술을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감소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와 높은 응급 대응 부담으로 인해 해당 분야 인력 유입이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제 수술 난이도와 위험도를 반영한 중증도 산정 및 평가 체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형외과 고위험·고난도 수술이 필수의료 체계 내에서 명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준을 마련하고,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 인프라 유지를 위한 합리적 보상도 주문했다.


정형외과학회 오주한 이사장은 “교수 사직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구조 변화의 신호”라며 “근골격계 중증질환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지켜주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직접 참여해 정형외과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수진 의원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질환 치료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에 오히려 중증환자가 피해를 보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상급종병 구조전환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중증도 산정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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