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립타이드 ‘퇴출’…위장약 처방 시장 재편 촉각
3종세트 흔들, ‘점막보호제’ 단기 대체 가능성…P-CAB 제품은 영향 제한적
2026.03.25 05:58 댓글쓰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설글리코타이드’ 성분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에서 빠지게돼 국내 위장약 처방 구조에 변화 조짐이 예상된다.


단순히 특정 품목이 시장에서 빠지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관성적으로 유지돼 온 ‘위장약 3종 세트’ 처방이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PPI+운동제+보호제’…관성 처방 구조


그동안 국내 개원가에서 위장 증상 환자 처방은 오랜기간 일정한 패턴을 유지해왔다. 위산 억제제(PPI 또는 P-CAB) 및 위장운동제, 점막보호제를 함께 처방하는 이른바 ‘3종 세트’다.


기능성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 증상이 많고, 짧은 외래 진료 환경에서 병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처방 구조는 위장약이 보조 개념을 넘어 사실상 기본 처방처럼 자리잡은 국내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소화기관용 약 사용량이 매우 많은 수준으로, 경증 질환에서도 병용 처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감기 등 상기도 감염 환자에서도 위산억제제나 점막보호제가 예방적으로 함께 처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의학적 필요성과 별개로 처방이 확대됐다는 주장도 적잖았다.


“글립타이드정, 안전성 문제 없지만 유효성 근거 부족”


설글리코타이드 성분 의약품인 삼일제약 ‘글립타이드정200mg’은 위염·위궤양 환자에서 보조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점막보호제다.


하지만 이번 재평가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건강보험 급여에서도 퇴출되면서 사실상 처방 중단이 예상된다.


해당 성분은 ▲과거 기준에서 허가된 구약 ▲유효성 불명확 ▲글로벌 사용 제한 등의 이유로 규제 타깃이 되기 쉬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에서도 해당 제제는 임상시험에서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통계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다.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완전히 효과가 없다기보다는 근거가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함께 제시됐다.


식약처는 이에 품목 허가 취소 대신 효능·효과 삭제 및 회수 등 행정조치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임상시험은 활성대조군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핵심 평가지표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점막보호제 대체 처방 이후 선택적 병용 구조로 전환 전망


글립타이드정이 퇴출되면 단기적으로는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 처방이 이어질 전망이며, 레바미피드(Rebamipide) 등 점막보호제가 일부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레바미피드는 다수 제약사가 제네릭 형태로 공급하는 대표적인 다품목 시장으로 특정 기업으로 수혜가 집중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점막보호제를 아예 제외하는 처방도 병행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보다 중요한 변화는 중장기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단순한 성분 교체를 넘어 점막보호제 사용 자체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일단 여러 약을 함께 쓰는 방식’에서 ‘핵심 치료제 중심+선택적 병용 구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번 이슈가 PPI 시장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대부분 처방에 포함돼 있어 처방량 증가 여지는 제한적이며, 오히려 전체 약제 수 감소로 시장 규모 축소 가능성이 크다.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 제일약품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등 P-CAB 역시 기존 PPI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러 약을 병용하기보다 효과가 강한 단일 치료제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화될 경우 빠르고 강력한 산 억제 효과를 가진 P-CAB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원가 현실을 고려할 때 완전한 단일처방 전환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상 중심 진료, 짧은 진료 시간, 환자 기대치 등을 고려하면 ‘P-CAB+위장운동제’ 수준의 병용 처방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타깃은…복합제·레거시 품목


업계에서는 설글리코타이드에 이어 일부 점막보호제, 복합 위장약, 근거가 약한 품목 등이 잇따라 재평가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약심위 논의 과정에서도 유사 기전의 대체 의약품이 국내에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이번 조치의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언급됐다.


다만 레바미피드처럼 일정 수준의 임상 근거와 글로벌 사용 경험이 있는 성분은 단기간 내 퇴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 품목 정리가 아닌 구조 변화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 품목 정리가 아니라 관성적 다제 처방 축소, 근거 중심 치료 강화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위장약 처방이 ‘일단 여러 개 넣는 방식’에서 ‘필요한 것만 선택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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