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건보공단 수사권 부여, 의료현장 위축”
특사경법 추진 강력 반발…“환자안전 위협하는 악법”
2026.03.30 14:55 댓글쓰기



정부와 국회가 이른바 ‘사무장 병원’ 단속을 명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통제되지 않는 수사권의 양적 확대로 법치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이자, 결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병원에 재직 중인 봉직의들로 구성된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30일 성명을 통해 “건보공단 특사경법은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악법이므로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장병원은 중대 범죄인 만큼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 방법으로 건보공단 직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장 먼저 구조적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했다. 급여비 지급과 환수 당사자인 건보공단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재정 성과를 위해 수사권을 남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기본권 침해와 과잉수사 위험도 짚었다. 


가뜩이나 현지조사 등에서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권까지 부여되면 건보공단의 의료기관 옥죄기 조사 행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병의협은 “수사에 전문성도 없는 건보공단이 ‘신속 수사’를 목표로 특사경 권한을 휘두르게 되면 수사 미숙으로 성과는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영역 특수성 고려 부족도 아쉬움을 표했다. 환자 진료에 투자해야 할 인력과 자원이 수사에 동원돼 시간을 뺏기고 활동이 위축되면 환자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병의협은 “건보공단 특사경 추진이 의료행위를 위축시켜 응급 및 필수의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우려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행정 제재와 형사절차 중첩 문제도 짚었다.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대응은 환수-행정처분-형사처벌이 결합되는 구조로 지금까지는 적발되면 공단은 환수,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분, 검찰 및 경찰은 형사처벌을 내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불법개설기관 사건을 공단 특사경에서만 수사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동일 사안에 대한 중첩 제재가 확대돼 과잉금지 위반 논쟁과 의료공급 위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병의협은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서는 경찰의 보건의료 범죄 전담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공단은 자료분석, 신고, 전문자문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낮은 징수율 문제는 ‘수사기관화’가 아니라 은닉재산 차단 장치와 집행역량 강화로 개선해야 한다”며 “불법개설기관은 개설 단계에서 최대한 걸러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설령 입법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수사-환수-심사 기능 법정 분리 및 상시적 외부심의, 의료현장 보호, 정보접근 통제 등 강력한 안전장치를 하위 규정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의협은 “이에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은 반드시 폐기돼야 하며,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파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등도 공동 성명서를 내고 건보공단 특사경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개 의료단체는 현지조사 권한이 있는 건보공단에 수사권까지 부여되면 권한의 과도한 집중을 불러와 의료인에 대한 통제와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용을 지불하는 기관이 동시에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구조는 공정성 훼손과 이해충돌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 경험이 부족한 인력 구조와 행정업무 병행 문제로 공소시효 도과, 사건 처리 지연 등이 우려되고 최악의 경우 부실 수사, 권한 남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불법 개설 자체를 막는 제도 개선 없이 수사권만 확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권한 중심 단편적 접근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공단에 추가로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과도한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의료현장의 위축과 방어적 진료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갑론을박만 거듭해온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등 업무보고에서 인원 규모까지 언급하며 지시를 내리면서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건보공단 특사경법이 발의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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