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의료, 특히 야간이나 휴일 어린이 환자 진료공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야간진료 시스템 구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제도권 움직임에 일부 소아병원들이 24시간 진료에 나서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에 부딪치며 지속 여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달빛어린이병원의 경우 통상 밤 10시 전후까지만 운영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이 마저도 자정 이후로는 별도 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병원들 입장에서는 24시간 진료시스템을 유지하는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실효성·만족도 모두 합격점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환자 진료공백 해소를 위한 대표적인 정부 정책이다. 평일 야간 또는 휴일에 소아청소년 경증환자에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 도입했다.
도입 이후 소아과 ‘오픈런’ 현상과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연간 이용환자 100만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확대됐다.
10여 년 전 15개로 시작된 달빛어린이병원은 2026년 1월 기준 142개로 급증했다. 운영비 지원, 소아 외래 진찰료 인상 등 지속적인 유인책 마련의 결과였다.
실제 달빛어린이병원은 운영시간에 비례해 지원금(정부 50%, 지자체 50%)이 지급되며, 소아가 3만명 미만인 지역의 의료기관에는 수가가 20% 가산된다.
만족도 역시 상당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25년 달빛어린이병원 이용자 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전체 만족도는 97.2%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82.6%) 대비 약 15% 상승한 수치다. ‘매우 만족’(81.9%)과 ‘만족’(15.3%)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용자 경험 전반에 대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응답자의 97.2%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96.7%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달빛어린이병원을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용자뿐 아니라 달빛어린이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과 직원들 역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전국 126개 달빛어린이병원 소속 직원 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7.7%가 달빛어린이병원 근무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82.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업무 만족도는 67.9%로 조사됐다.

밤 12시면 불 꺼지는 달빛병원
문제는 운영시간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시간은 병원 내부 사정에 따라 상이하다. 정부가 최소 기준을 설정해 놓긴 했지만 미준수 사례도 적잖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의 경우 표준 운영시간이 18~24시다. 토·일·공휴일은 09시~22시까지다. 최소 운영시간은 평일 18시~23시, 토·일·공휴일은 10시~18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이 표준이 아닌 최소 기준에 맞춰 운영 중이다. 현재 자정까지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10곳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병원은 밤 11시 전후로 문을 닫는다. 자정까지 운영하는 병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즉 밤 12시 이후로는 달빛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달빛어린이병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야간시간 대 경증 응급환자를 품어야 할 달빛병원의 불이 꺼지는 아이러니한 상항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제도적 설계에 기인한다. 달빛어린이병원 야간진료관리료는 평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만 받을 수 있다. 12시 이후에 운영하는 경우 야간진료관리료를 받지 못하는 구조다.
정부가 모든 연령에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진료하는 경우 야간수가를 30% 가산하고 있지만 실제 심야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 평가다.
정부가 2023년 11월부터 오후 8시~오전 7시 소아 야간진료에 200% 가산 수가를 주고 있지만 이는 6세 미만 소아에만 한정된다.
이에 의료현장에선 새벽 시간대 긴급히 진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을 위해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받아도 수가를 충분히 보전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수가 조차 인정되지 않는 자정 이후 야간진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회원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 89%의 병원들이 ‘달빛어린이병원 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 달빛어린이병원 원장은 “적정 보상에 대한 기대가 낮다보니 밤 12시 이후 야간진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자정 이후 야간진료는 추가 인력 투입이 필요한 만큼 기존 수가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원 환자수도 장담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기형적 수가 개선 시급하고 심야조제 약국도 확보 필요
그럼에도 지난해 한 병원이 과감하게 자정 이후 야간진료를 결정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산하 우리아이들병원과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은 ‘24시간 친구클리닉’을 개설하고 자정부터 아침까지 심야 시간대 소아진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월 평균 3000명 이상이 야간·심야 시간대에 병원을 찾으며 야간 소아진료 공백을 실감케 했다.
이는 친구클리닉이 단순히 기존 환자들을 위한 ‘진료시간 연장’ 차원이 아닌 야간 소아진료 접근성 부재로 갈 곳 없던 환아와 보호자들의 ‘최후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 있는 성과와 별개로 ‘24시간 친구클리닉’은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병원은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밤 12까지는 가산 수가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자정 12시부터는 일반 외래 수가로 전환된다.
자정 이후 새벽 시간대는 신환 비율이 최고조에 달하고, 의료진 피로도와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구간이지만 보상체계는 더 줄어드는 기형적 구조다.
병원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지만 주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이유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응급의료를 수가 보전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응급실 유지를 위해서는 더 큰 희생과 적자를 감내해야 하고,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기치로 시작된 달빛병원 취지에도 배치된다수가와 함께 약국도 문제다.
달빛어린이병원들이 어렵사리 심야진료에 나선다고 해도 그 시간에 맞춰 문을 여는 약국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심야진료를 시행 중인 우리아이들병원 역시 문전 약국은 밤 12시까지만 운영하고, 심야시간에는 강남에 있는 공공심야약국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일정의 운영비를 지원받는 달빛어린이병원과 달리 약국은 조제 수가 가산에만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심야진료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달빛어린이병원 관계자는 “병원들이 심야진료에 나서고 싶어도 나설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며 “보다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달빛어린이병원을 기능별로 나눠 보상을 차등화 하거나 심야진료에 동참하는 약국에 대한 추가 가산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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