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가검사 수요가 늘면서 관계당국이 허용 품목 확대를 추진하자 의료계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정확도가 담보되지 않은 자가검사 키트의 무분별한 허용은 위음성에 의한 치료 지연, 결과 오독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건강과 직결된 자가검사시약 품목 신설에 우려를 표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가검사용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시약,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마약류 물질대사검사시약 등 3개 품목을 신설하는 내용의 관련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대해 개원의협의회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높아진 자가검사 수요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려는 정책적 시도는 인정하지만 파생될 부작용이 적잖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진단은 단순한 기술적 확인이 아니라 숙련된 의료적 판단과 그에 따른 치료, 신고, 역학 관리를 포함한 후속 조치가 결합된 전문적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 접근성이 제한적인 국가를 전제로 설계된 해외의 자가검사 확대 정책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국내 의료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일부 국가의 운영 현황을 근거로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 국내 의료 이용 환경과 감염병 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반인의 자가 비강 채취는 검체의 질과 양이 충분히 확보되기 어려워 신속항원검사의 임상적 민감도를 더욱 저하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음성 결과를 신뢰한 환자가 의료기관 방문을 지연할 경우 소아·고령자·기저질환자에서 폐렴 등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위양성 발생 시에는 실제 감염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의원 방문이 급증, 의료자원 낭비와 의료체계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코로나19 자가검사 운영 과정에서 이미 위음성에 따른 감염 확산 문제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기인 2022년에 국내 이비인후과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자가키트 위음성율이 2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있음에도 자가검사 음성을 근거로 일상생활을 지속함으로써 실제 감염자가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키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키트 사재기와 검사 남용, 자가검사 결과가 공식 신고체계에 포함되지 않음으로 인한 국가 감염병 관리 체계를 약화시킨 전례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상기시켰다.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역시 국제 표준을 충족하지 못해 과거 완치자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심어주거나 치료가 필요한 활동성 감염자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검사 민감도가 40~70% 수준에 불과하며 무증상 감염 시 진단율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에게 마약류 자가검사 키트가 유통될 경우 마약 사용자가 사전에 자가검사를 통해 법적 처벌 가능성을 가늠하고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자가검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표본감시 기반 유행 예측모델 정확도가 저하되고 실제 감염 규모와 유행 양상 파악이 어려워진다”고 성토했다.
이어 “정확도가 담보되지 않은 자가검사 키트를 보급함으로써 국가가 수행해야 할 진단과 관리체계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적 방역망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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