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제19회 의료기기 날과 법정기념일 지정 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기념하고 국민 건강에 기여해 온 노고를 되새기는 이 뜻 깊은 날을 맞아,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자 한 의료기관 연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몇 가지 단상을 나눠 보고자 한다.
반세기 만에 일군 압축 성장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 역사는 압축된 성장 드라마다.
1960~70년대만 해도 청진기·혈압계 같은 기초 의료기기조차 수입에 의존했다. 1980년대에는 본격적인 국산화 길이 열렸고, 1990년대 이후에는 초음파 진단기기, 치과용 임플란트, 영상장비 등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기업들은 영상진단·치과·정형외과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왔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진단키트와 방역 솔루션으로 ‘K-방역’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시장 규모는 10조 5444억 원, 수출액은 약 52.6억 달러에 달했고, 5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에 연평균 8.8%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도약도 두드러진다. 2026년 5월 4일 기준 식약처가 지정·공고한 혁신의료기기는 이미 129건에 달했고, 국산 의료기기가 미국 FDA의 드노보(De novo) 허가와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 지정을 잇따라 획득하며 그 혁신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세기 만에 이룬 이 성취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산업계와 학계, 의료계, 그리고 정부가 힘을 합쳐 일군 합작품이다.
그늘진 한쪽, 필수의료기기 공급망 위기
그러나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중동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나프타 공급이 흔들리자, 석유화학 원료에 기반한 주사기·수액세트·혈액투석제통 등 기초 의료소모품 수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나프타 수요 절반 가까이를 수입에, 그중 다수를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고, 정부는 6개 품목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매점매석 금지 고시까지 발령해야 했다. 과거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중단으로 소아심장수술이 멈췄던 사태가 보여주듯, 단일 글로벌 공급사에 의존하는 희귀·필수 의료기기는 공급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평상시에도 저수가와 원자재·인건비 상승의 이중고 속에서 일부 제조사는 생산을 축소하거나 사업을 접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필수 소모품이 건강보험에서 ‘별도 산정불가’ 항목으로 묶여 있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도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의료기관과 제조업체에 전가되는 구조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 환자 안전이 곧장 위협받고, 가장 큰 피해는 소아·희귀질환자 등 의료 취약계층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산업 이슈를 넘어 보건안보 영역에 속한다.
첨단의 화려한 성장 못지않게 ‘기본을 지켜내는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는 더 이상 단순 규제제품이 아니라 보건안보 차원의 ‘전략 물자’로 다뤄져야 한다. 병원과 제조업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적정수가 보장, 필수의료기기 비축, 국내 생산 확대와 유연한 보상 체계 마련 등 종합적 정책 패키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의료기기, 새로운 도약 발판
위기와 더불어 거대한 변화 물결도 함께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약진이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강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 예측, 흉부 엑스레이 진단 보조 등 다양한 의료 AI는 현장 도입 여러 과제 속에서도 주요 병원 임상 현장에 자리를 잡아가며 진단 정확도와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 발전으로 영상 이미지 입력만으로 판독문 초안이 자동 생성되는 단계여서 앞으로 펼쳐질 혁신 폭과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도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AI 의료기기 품질관리를 위한 국제 표준인 ISO 13485 인증을 지난해 획득했으며, 디지털의료제품 GMP 인증 역시 곧 획득할 예정이다.
글로벌 강국으로 가는 두 가지 관문
다만 우수한 기술력만으로는 세계 시장 문이 열리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두 개의 큰 규제 장벽이 있다. 바로 ‘해외 임상시험’과 ‘사용적합성(Usability) 평가’다.
미국 FDA와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 인증은 단순한 시장 진입을 넘어 ‘다국가 진출 교두보(bridgehead)’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미국 FDA △유럽 MDR △호주 의약품청(TGA) △캐나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를 5대 참조 규제당국으로 지정해 신속 심사 트랙을 운영한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다수의 중남미·동남아 국가들도 FDA와 MDR 인증을 자국 심사 핵심 근거로 삼는다.
이런 운영 경험이 십여 년 축적된 결과,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은 지난 2월 ‘의료기기 규제 신뢰성(Regulatory Reliance) 프로그램 플레이북’을 발간했다.
타국 규제당국의 평가 결과를 활용해 자국 심사를 간소화하는 ‘규제 신뢰성’이 이제 글로벌 규제당국의 공통 지향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FDA와 유럽 MDR이 가장 보편적 참조 대상이 되는 까닭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오랜 심사 역량과 엄격한 임상·품질 요건을 통해 ‘이 두 곳을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신뢰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FDA·유럽 MDR 인증 한 건이 수십 개국 시장 문을 함께 열어 주는 셈이다.
문제는 진입까지 비용과 시간이다. 미국·유럽 현지 임상시험은 기기 위험도와 임상 설계에 따라 수억에서 수백억 원까지 소요되며, 비용 예측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내 사용적합성 평가를 강력히 요구하는데, 그 비용도 임상시험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이를 현지에서 수행하고 인증을 마무리하기까지는 막대한 시간이 든다. 중소·중견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고도 인허가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식약처도 2017년 IMDRF 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회원국 지위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미국 FDA·유럽 MDR 진입 지원은 단일 시장 지원이 아니라 ‘다국가 동시 진출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돼야 한다.
해외 임상시험 매칭 펀드 확대, 사용적합성 평가센터 구축, 인허가 특화 컨설팅 강화와 더불어 IMDRF 활동을 강화해 식약처를 글로벌 참조 규제당국으로 격상시키는 장기 규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규제 수준을 끊임없이 점검하며 글로벌 표준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맺음말
의료기기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이자 국가 미래 성장동력이다. 임상 현장에서 매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산업이 ‘기본’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첨단’의 정점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를 응원한다.
의료기기 날을 맞아, 산·학·연·병·관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 의료기기의 새로운 반세기, 나아가 100년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
[] 19 2 . , , .
.
1960~70 . 1980 , 1990 , , .
2000 , 19 K- . 2024 10 5444 , 52.6 , 5 8.8% .
. 2026 5 4 129 , FDA (De novo) (Breakthrough Device) .
. , , .
,
. , .
, , 6 . , .
.
, . , .
. . , , .
,
. (AI) .
. , AI .
AI .
AI ISO 13485 , GMP .
. . (Usability) .
FDA (MDR) (bridgehead) . (HSA) FDA MDR (TGA) (PMDA) 5 .
, , FDA MDR .
, (IMDRF) 2 (Regulatory Reliance) .
.
FDA MDR , . FDA MDR .
. , . , .
. , .
. 2017 IMDRF .
FDA MDR .
, , IMDRF . .
. .
, , 100 .